한·미 안보회의 공동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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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쿨로라드스프링즈」에서 2일간 계속된 제5차 한·미 안보회의는 28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폐막했다. 이번 안보회의는 북경정상회담, 「모스크바」정상회담 등으로 새로운 국제정치권력구주의 성격이나 방향, 그리고 새 세계질서의 윤곽 등이 밝혀지기 시작한 시기에 행해진 회의이니 만큼 각별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닉슨」 대통령의 북경 및 「모스크바」방문이 「아시아」와 전세계의 평화의 전망에 공헌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표명하면서도,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적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시인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원조를 제공한다』는 용의와 결의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의 성격에 관련하여 유 국방장관이 북괴가 작년부터 남침을 위한 군사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이를 은폐키 위해 위장평화공세를 펴고있다고 지적한데 대해 「레어드」 미국방장관이 공식적인 평가를 보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유감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공동성명은 적십자회담을 비롯, 한반도에서의 평화에 대한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제시한 여러 건설적인 제안에 언급하고 『북괴가 무력에 의해 통한을 하겠다는 여하 한 책동도 포기함으로써 행동으로 긴장완화 지향을 표시하라는 희망』을 표시했다. 이러한 희망표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군사력강화로 북괴로 하여금 긴장풀이, 평화공존을 수락케 할 수 있는 조건을 성숙시키지 않는 한, 한낱 환상적인 기대에 지나지 않을 것 임을 지적해 둔다.
방위산업육성, 향토예비군의 유지강화 등으로 방위분야에서 자립을 달성코자하는 우리정부의 제반노력에 대해 미국은 강력한 관심을 표명하고 앞으로 군수산업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PG함 3척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대외군사판매차관자금을 한국에 제공할 것에 동의를 했다. 이 부문만이 한국의 군사역량을 증강하기 위해 우리정부측이 얻은 단 하나의 구체적 수확이라 볼 수 있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주한 미군의 추가철군을 73년6월까지는 없다고 다짐하고 한국군 병력수준문제는 결정을 일단보류하고 앞으로 양국정부가 정세평가에 따라서 결정하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월남전선에서는 미군이 예정계획대로 철수를 하기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월한국군의 철수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군의 병력수준문제와 주월한국군의 철수문제 등을 한국의 입장으로 보아서 신속한 해결을 요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 안보회의가 이 두 문제를 미결로 남겨두었다는 것은 우리로서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미 양국이 강력한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확인하고 미국이 한국피침시 신속한 지원을 다짐했다는 것은 미국이 「아시아」로부터 군사력후퇴작업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안보에 대해서는 계속 책임을 지겠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정부 및 국민을 안심시키는 처사이다. 우리는 이점은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 한국방위의 문제점에 관해서는 양국정부 실무자간에 적시에 의견 교환이 있어 취약점을 신속히 보완해줄 것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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