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바람에 밀려 환경선언 암초에|스톡홀름회의 중간평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유엔」인간환경회의는 10일 현재 일 정상으론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인간환경선언」의 전면적 수정문제 등으로 암초에 부딪친 느낌을 주고 있다. 애당초 이 회의는 핵무기 등 지구파괴의 최대요소를 안고 있는 소련 등 공산국가들이 대거 불참함으로써 의의를 크게 상실시켰다. 그리고 남쪽의 개발도상국가들과 북쪽의 선진공업국가들과의 「환경과 개발」을 둘러싼 격심한 대립은 당초 예정된 바였다.
특히「유고」「루마니아」와 함께 참가한 중공이 이 대립관계를 이용, 이번 회의의 최대골자인「인간환경 선언」안을 전면 수정토록 만들고 거기다가 선언에 미국의 월남전 참여문제까지 삽입하자고 주장하는 사태까지 빚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하기로 됐던「야생 동·식물의 수출입에 관한 조약」「과학의 섬 조약」「습지보호조약」「세계유산보호조약」등도 당초 기대했던 대로 채택의 단계까지는 못 가고 다만 체결을 하는데 기본적 합의를 본 것에 그쳐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문제점을 던지고 있는 것이 바로「인간환경선언」인 것이다.
전문6조 본문23개 원칙으로 이뤄진 이 선언 안은 지난 2년 동안 자유중국이 포함된 미국·일본 등 27개 준비위원회가 고심해서 만들었다. 그러나 이른바 남쪽의 여러 나라가 『격조가 낮다』느니『북의 입양만 고대했다』느니 비난이 심했지만 이번 회의가 열릴 때까지만 해도 13일부터 본회의서 검토를 하여 별 수정 없이 최종일인 16일에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던 것이 중공의 제의와「이란」의 수정안으로 최종적인 선언을 기초하기 위해 모든 회의참가국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실무위원회를 구성, 원래는 휴일로 돼 있는 10일에도 그 문제를 토의하자는 제의까지 나오게 됐다.
그 때문에 의사일정이 지연되게 된 것은 차 치 하고라도 중공이 이 선언에 미국의 월남전 참전문제삽입을,「페루」등 몇몇 나라가 핵실험 금지조항삽입을 주장하여 최종선언 기초자체도 난항을 겪게 만들고 있다.「모리스·스트롱」사무국장은 그러한 일이 민주주의적 과정인 것이기 때문에 이 선언이 무난히 기초되어 순조로이 채택될 것이 틀림없다고 낙관하고 잇지만 많은 서방국가들은 48년에「유엔」 총회서 채택된「인권선언」과 맞먹는 의의를 지닌 이 선언이 끝내 채택되지 못하고 유산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77년에「캐나다」에서 제2회 회의를 열 것이 거의 합의됐고 여러 가지 국제적인 기구를 만들 것을 합의하는 등 밝은 전망도 있지만 이 회의의 성공여부는 결국「인간환경선언」이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이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