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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가깝고 한적한 코스 남한산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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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등산인구의 팽창으로 서울의 근교「코스」는 어디를 가나 만원, 숨이 막힐 정도다. 그런데도 이제까지 잘 안 알려진「코스」가 있어서 개발여부에 따라 각광을 받을 새로운 곳이 있다.
남한산성. 흔히 남한산성 하면 유원지로만 알지만 성의 동문외곽에 위치한 이곳처럼 잡목의 녹음이 짙고 인적이 드물며 시원스런「코스」도 드물다. 서울시내 천 호 동에서 남한산성행「버스」를 타고 30분이면(요금 50원) 광지원 못 미쳐 인 미리 올(중부면 암미리) 고개에 닿는다. 이곳에서 3㎞쯤 미리 올 대로를 따라가는데 산등성이로 접어들어도 좋고 그냥 가면 산성의 동문뒤쪽에 자리잡은 반 월 성 쪽의 산밑 별장 신축 지에 도달한다. 여기서부터 울창한 잡목의 녹음. 산길이 희미해 초행 자들을 곯리기는 하지만 과연 서울근교에 이처럼 조용하고 울창한 숲이 있는가를 의심하게끔 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산등성이에는 병자호란 때 쌓았다는 산성의 모습이 확연하다.
전국 곳곳에는 많은 성이 있지만 이곳처럼 성벽의 원총안과 근총안의 총구멍이 확실하고 이를 덮은 지붕이 그대로 남은 곳도 없을 듯하다. 산성의 벽을 올라타 가노라면 북 망대에 이른다. 한강줄기와 수어장대 등 4위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망대치고는 일품이다.
이 자리에서 점심을 지어먹으려면 망대에 오르기 전의 골짜기에서 물을 떠가지 고 와야한다. 점심시간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산밑의 장도 사에 온다. 이곳에는 식수가 풍부하다.
여기서 되돌아가 집으로 갈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인적의 한가함과 훤히 트인 전망, 푸른 숲의 유혹이 너무나 강렬하다.
여장을 차려 이번에는 다시 북 망대에 올랐다가 북문을 향하여 성벽 길을 걷는다. 웬만한 걸음으로 30∼40분. 등산의 멋을 한껏 부리면서 산성 위 북문에 닿는다.
하산 길은 북문에서 신장으로 빠지면 중간 사창 리까지「버스」가 들어오며 6㎞의 능선 길도 아주 한적한 곳이다. 그러나 유원지화 한 서문 쪽은 피하는 게 좋고 오히려 남문으로 택하는 게 낫다.
장도 사에서 이「버스」를 타는 곳까지의 소요시간이 1시간 반.
소음에 시달린 서울시민에게 이「코스」는 가깝고도 한적한 당일등산「코스」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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