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 불안계속-IMF제도개선에 새 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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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일 IMF(국제통화기금) 년례 협의 단이 내한했다. 현재 국내경제문제의 최대「이슈」가 환율·국내여신·물가 등으로 「클로즈업」되고 있어 이들과의 협의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국제적으로 돌려보면 작년 말 다 국간 평가조정이 끝난 후에도 김 투기가 성행하고 있는 등 국제통화불안은 의연히 남아있다.
이에 따라 IMF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반성론이 대두하고 있다.
현행 IMF체제는 국제통화를 미·영의 대륙법 정신에 의거, 관행에 따라 맡기고 이 체제아래서 국제수지조정기능을 하도록 되어있다.
이 판례법 적인 IMF협정을 개혁하여 앞으로의 국제통화제도는 지금까지의 기능을 반대방향으로 정립, 국제유동성공급기능에 역점을 두고 국제수지조정기능, 즉 환 평가제도는 관행, 시장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 내한했던 일본의 하촌치 박사는 일본도 IMF와 협의를 했지만 일본실정에 알맞은 정책을 추구하는데 더 힘을 쏟았다고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만한 말을 한 바 있다.
IMF기구 자체의 모순점, 다시 말해서 전후20여 년 간 변화해온 가치관에 대응하지 못했던 결점이 논의되고있는 사실을 볼 때 한국이 IMF의 권고를 금과옥조로 삼아야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IMF의 기능변형이 요청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제도가 당면하고 있는 기본문제는 ①내년 초로 다가온 SDR(특별인출권)의 발행 량을 결정해야할 국제유동성의 양적 문제 ②「달러」의 금 태 환성 회복, 즉 신인도 회복문제 ③외환평가, 외환시장제도의 재검토와 관련된 국감수지조정과정문제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테마」는 국제통화불안의 원인인 각국의 국제수지불균형을 평가 및 외환시장제도의 개선으로 해소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전후 IMF체제를 중심으로 한 고정환율제는 미국의 행동, 경제성장을 기준으로 그 「템포」에 맞추어 각국이 자신의 경제운영을 해야하므로 다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기능이 필연적으로 쇠약해졌다.
또한 고정외환시장제도는 정부의 외완 보증 아래 국제거래가 이루어지므로 무역은 용이하나 외환손실은 일반국민이 분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모순점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 자유변동 환율제이나 이 역시 외환시세의 변동이라는 요인이 수출산업 투자 및 수출자체를 저해하고 가격체계에 의해 모든 자원배분을 하려는 본래의 목적이 결과적으로 배분과정에서의 마찰, 실업, 유휴설비를 증가시키게되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국제경제학자사이에서는 IMF기능 전환과 관련, 외환변동폭의 확대와 소폭 적인 평가변동제도의 장점을 병용하는 「무버블·밴드」(Movable Band)제도의 검토가 제의되고 있다.
이 두 제도는 상호 보완적이며 조정 기능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우선 변동폭의 확대는 계절변동, 경기순환에 따른 환시세의 변동과 이 밖에 반전 가능한 일시적 국제수지불균형에 대비한 대외준비의 필요성을 감소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고정환율제에서는 상하한 합해 1.5%이던 것이 4.5%로 확대함으로써 투기가 실패할 경우의 손실이 크게되어 투기자금을 억제할 수 있다. 한편 소폭 적인 평가 변경 제도는 평가조정을 신속히 하면 이 때문에 발생하는 총수요, 가격변화를 금융재정정책으로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구정 환율제에서 환율을 「원·셧」으로 조정하여 일어나는 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제도는 투기자금이동을 막는데도 효력이 있다. 평가변경이 점진적으로, 더욱이 국제수지의 기초적 불균형이 나타나는 즉시 행해지므로 투기 가들은 한번에 대폭적인 이익을 얻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 양 제도를 병용하는 「무버블·밴드」제는 평가변경이 환시장에 큰 변동을 주지 않고 신속히 단행할 수 있다는 중요한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
변동폭이 확대되어 있으므로 그 당시의 환시세수준에 따라 평가를 변경하면 직물외환시세 자체에 큰 변동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전혀 변동이 없을 수도 있다.
「달러」의 평가변경이 기타 통화의 대미「달러」시세를 크게 변동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가능하다는 것도 이제도의 이점이다.
이 경우에는 SDR평가의 설정이 소망스러우며 「달러」를 포함한 각국통화가 평가를 설정하게되면 「달러」평가변경이 가능하게 된다.
실제적으로 각국은 자국통화의 안정을 「달러」를 기준으로 하여 조작하고 있으므로 「달러」의 평가변경이 있을 때는 곧 외환시장에의 개입 점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변동폭 확대 하에서 「달러」가 평가변경을 필요로 하는 경우, 이미「달러」세 세는 중심시세에서 떨어져 있어 이 수준에 있는 「달러」를 소폭 적으로 평가 조정하면 되는 까닭에 「달러」시세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이에 따라 개입 점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 및 무역을 비롯 국제거래에 지장이 생기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에만 구정 환율제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환시세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변동폭확대와 국제수지조정을 위해 소폭평가 변경 제도를 함께 사용하는 「무버블·밴드」제는 새로운 국제통화제도의 해결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현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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