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비난한 보충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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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교부는 지난달 31일 중학교의 보충수업을 시정하는 방안을 마련, 각 시·도 교육위원회에 시달했다. 문교부가 시정방안을 마련하게 된 동기는 체력장 제 실시와 발을 맞추기 위한 것도 있으나 현재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이는 보충수업이 당초 문교부가 목적했던 방향에 빗나가고 있어 이를 시정,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있다.
문교부당국이 지난71년 과외수업 양성화 방안을 처음 실시할 때 몇 가지 전제조건을 각급 학교에 지시했다. 교외 과외수업을 교내로 끌어들이는 대신 그룹 지도 등 말썽 많은 교외 과외를 일체 금지하고 보충수업내용은 정규수업에서 빠뜨린 부분을 보충하도록 국한시킨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시사항이 각시·도 교육위원회의 꾸준한 단속 및 장학지도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의 경우 1백68개중학교(남95·여73)가운데 올해 신설되어 2, 3학년이 없는 6개 신설 교 등 10여 개 중학교를 제외한 1백50여 개가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이들 학교의 대부분은 2, 3학년에 한해 보충수업을 하고 있으나 10여 개 교는 무료로 1학년도 보충수업을 해주고 있고 S여중 등은 시간당 한도액 4백원의 규정을 어기고 1시간에 5백원씩 받고 실시중이다.
보충수업시간은 대부분의 학교는 중학2학년이 하루에 1시간, 3학년이 2시간씩이다.
예외로 H중학교 등 40여개교는 3학년은 3시간, K중학교 등 3개교는 4시간씩하고 있다. 보충수업료는 대부분의 학교가 시교위가 정해준 한도액(1시간에 월 4백원)을 지키지 않는 학교가 많아 변두리에 있는 J중학교는 월 2천원, S중학교는 2천2백원까지 받는 등 당국의 소이 잘 미치지 않는 변두리에 위치한 몇몇 학교가 어기고 있다.
보충수업에 대한 교사수당은 월 5천원∼1만원 국·영·수학 등 수업시간이 많은 교사는 많이 받고있다.
미술·음악·체육 등 교사는 월 5천원 정도.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 불평이 많다. 보충수업시간이 많은 일부학교 교사들은 보충수업에 참가하지 않는 교사와 서무직원에게까지 수당을 주고 교장은 직무수당이라는 명목으로 평교사의 2∼3배까지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아침 보충수업의 경우 「택시」비도 안 된다고 말했다.
보충수업내용은 학교마다 다르나 대체로 국·영·수학 등 주지과목에 치중하고 있으며 국사와 과학을 1주일에 1∼3시간 할당하거나 전과목별로 실시하는 학교도 더러 있다.
교재는 주로 프린트. 담당교사별로 특정부교재를 프린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특정 부교재를 구입해야 한다. S중학교 등 변두리 몇몇 학교는 교사들이 프린트 대신 아예 부교재를 학생들에게 강매하다 시교위에 적발되는 등 말썽이 됐다.
보충수업은 희망학생에 한해 실시토록 당초 지시했으나 현재 시내 중심지 학교에서는 5, 6명, 변두리는 10여명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보충수업을 받고있다.
보충수업에서 빠지는 학생들은 대개 그룹지도나 안방과외를 받기 위한 부유층 학생이거나 신문배달 등을 위해 일찍 하교하는 극빈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학생 가운데 보충수업료를 내기가 벅찬 학생들도 과외수업이 정규수업과 성질이 비슷하여 학기말 성적이 뒤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집이 가난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 보충수업을 억지로 받고 있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희망학생에 한 한다는 문교당국의 취조도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의 보충수업은 고등학교와 달리 대부분이 방과후에 실시되고 있다.
현재 중학교의 주당 교과시간은33∼37시간.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6시간∼7시간이 있는 날은 하오 4시께 정규수업이 끝난다.
여기에 1시간∼2시간의 보충수업을 하고 청소와 종료식을 마치면 하교시간은 대체로 하오 6∼7시. 통학시간을 1시간으로 잡고 세수와 식사시간 등을 계산하면 학생들이 아침6시에 일어나 8시에 등교, 하오 7시에 하교하면 14, 15세의 어린 학생에게는 지칠 대로 지치는 무리한 수업이라고 교사들은 말했다. 중학교2, 3학년의 연령층은 정상적인 신체 발육상 하루에 8∼9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계산이면 학생들은 적어도 저녁9시∼10시에 자야한다.
그러나 중심지의 경우 한 반의 약 20%의 학생이 보충수업 이외에 「그룹」 및 과외지도를 받고 있어 밤 12시전에 자기가 어렵다는 것.
교외 과외수업을 안 받는 학생들도 숙제 등으로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는 빼앗기고 있다. 하교시간과 저녁식사시간 등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소설이나 교양서적 독서 등 정서교육에 정신을 팔지 못 할 만큼 「타이트」하다는 것이 지도교사들의 말이다.
체력장제 실시에 다라 중학교 학생들은 종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신체단련에 써야 할 입장에 놓여졌다.
가뜩이나 「타이트」한 시간을 다시 쪼개어 달리기 연습 등에 할애해야하는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시교위 관계자는 새벽 일찍 일어나 골목길이나 들과 산을 누비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도심지 학생에게는 뛸 장소도 마땅치 않다.
따라서 주당 교과배정시간을 학생들의 체력에 알맞게 줄이든가 현재 주당2∼3시간으로 되어있는 체육시간을 늘리거나 보충수업시간을 체육시간으로 많이 할당해야 할 것이라고 교사들은 주장했다. 또 보충수업의 희망제가 완전 희망제가 되도록 해야하고 우열반 편성도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 채택하지 않으면 학부모의 반발과 인간교육면에서의 문제점이 생길 것이라고 교육전문가들은 말했다.<이원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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