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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7명 폭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5일 하오5시55분쯤 서울 성동구 마천동207 백상기씨(43·목수)집 마루에서 백씨의 맏아들 승춘군(15·서울 천호 중2년)이 동네 친구 이신구군(15·동신 중2년) 등과 함께 종류 미상의 포탄을 쇠망치로 두드리다가 폭발, 이군 형제 등 어린이 7명이 죽고 승춘군 등 2명은 팔다리가 떨어져나가 한양대병원에 옮겼으나 중태다. 경찰은 어린이들이 동네에서 1㎞쯤 떨어진 육군 제6907부대사격장 탄착지 산에서 포탄을 주워 분해하려다가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냈다.

<사고경위>
폭발 5분전까지 함께 놀다가 집에 돌아가 있었던 조재연군(13·거여 국교6년)에 의하면 백승춘군과 이신구·훈구(13) 형제 등 3명이 백씨 집 마루에서 『고물장수에게 팔아 과자를 사먹자』면서 포탄을 분해하려고 쇠망치로 두들겼다.

<탄피로 과자 사먹자 쇠망치로 분해하려>
이때 안방에는 백승경군(8·거여 국교2년)과 승철군(4) 형제가 놀고 있었고 마루앞길에서는 조대연군(9·거여 국교3년), 박정희군(15·동신 중2년) 등이 딱지치기 놀이를 하는 것을 엄웅남군(7·거여 국1년)과 이병호군(5) 등이 둘러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쾅』하는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어린이들의 찢어진 팔다리와 핏덩이·살점 등이 사방으로 날아가고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조군에 의하면 길이 20㎝, 지름 6㎝쯤 되는 포탄은 지난 24일 하오 이훈구군 등 동네꼬마 5명이 뒷산 군부대사격장에서 주워와 백군 집에 둔 것.
조군은 전에도 종종 이 사격장에서 친구들이 포탄을 주워와 마천동13통 김모씨의 고물상에 팔아오는 것을 보았으며 보통 20여개씩 주워온다는 것이다.
70년 말께 세워진 이 부대의 사격장은 ○○산의 뒷산을 사용하고 있으나 철조망이 없어 어린이들이 마구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
경찰은 사고를 낸 이 포탄이 사격장에서 사용한 3·5「인치」 「로키트」탄이거나 57㎜ 무반동 총의 불발탄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포탄의 종류를 조회했다.

<길에는 피묻은 딱지 천장·문짝은 박살>|현장
사고가 일어난 백씨 집 마루와 앞길엔 어린이들의 다리가 갈리고 배가 터진 시체가 즐비했다.
방안에서 포탄을 구경하고 있던 승경군은 5m밖 길까지 날아가 숨겼고, 7m 떨어진 맞은 편 「블록」담에 파편자국과 함께 피묻은 살점이 붙어있었다.
또 길에는 피묻은 30여개의 딱지와 고무신짝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 폭발로 14평짜리 백씨 집은 천장과 문짝 등이 박살났고 「콘크리트」집기 등이 크게 갈라졌다.
이날 50m밖에서 폭음을 듣고 달려온 박내춘씨(36·마천동298)는 순간 자욱한 연기와 함께 길가에 네 어린이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승춘군의 어머니 김일례씨(39)는 집 뒤쪽 부엌에 있어서 화를 면했고 마루건넌방에 세든 이순자씨(25)는 다락에 쌀을 가지러 방에 들어갔다가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참변을 면했다.

<독자와 형제 잃고>|사상자 가족
한꺼번에 2남 승경군과 3남 승철군을 잃고 장남 승춘군마저 중상으로 수술을 받고있는 백씨 집안엔 백씨마저 목수 일로 서울시내에 나가고 부인 김씨만 혼자 집을 지키고있다 한때 실신했다.
백씨는 이날 밤늦게 집에 돌아와 사실을 알았고 병원에서 아들의 수술을 지켜보던 어머니 김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허탈상태에 빠졌다.
이날 두 형제는 하오4시쯤 학교에서 돌아와 신구군은 숙제를 끝마치고 나가 곧 참변을 당했다.
또 3대 독자 엄웅백군의 아버지 엄영섭씨(33)는 가족들을 친척집에 보내고 혼자 슬픔을 억누르며 집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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