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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팍」의 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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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악수란 원래 자기 마음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싶다고 느낄 때 자발적으로 행하게된 인사법이었다. 곧 상대방의 손에 자기 마음씨를 전하고 또 상대방의 마음씨를 자기 손으로 받는 인사이다.
악수는 고대 「헤브라이」사람이나 「그리스」, 나마 사람들도 흔히 썼다. 인사를 할 때 나 맹서를 할 때, 또는 흥정이 성립됐다는 증거로서 또 혹은 서로 나눈 약속에 성실하겠다는 표시로서 그들은 악수를 나눈 것이다.
「모로코」에서는 먼저 서로 손을 만지고, 그 다음에 자기 손에 「키스」를 하였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또 신년을 축하하는 의식의 일부였다. 왕은 사원에 가서 「마루즈크」신의 상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왕이 신으로부터 왕국을 물려받고 나라를 다스리고 권력을 신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을 상징하였다.
거수가 아니라 손뼉을 치는 경우도 있다. 옛날 서양에서는 두 매매당사자는 동시에 손뼉을 치며 『이것으로 성립됐다』고 소리친다. 또 『손뼉을 친다』는 말은 계약이 만족하게 성립됐다는 증거로 손뼉을 친 관습에서 나왔다.
결혼식에서도 박수가 있다. 그것은 신랑과 신부가 잘 맺어져서 결혼생활을 오래 계속하겠다는 약속의 상징이다. 이처럼 악수란 맺어진다는 뜻을 예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라 사이에서는 악수란 손쉬운 것이 아니다.
인종·종교·사회체제·이념·이해 등의 대립이나 차이를 뛰어 넘어서 악수를 나누게 되기란 무척 힘들다.
「닉슨」이 「브레즈네프」와 「모스크바」에서 악수를 했다는 것이 그처럼 크게 보도되는 까닭도 이런데 있다.
미국과 소련은 양극이나 다름없다. 그런 두 나라의 원수가 악수를 할 수 있다면 어느 나라인들 악수를 못 나눌 까닭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같은 「아시아」안에서 악수를 못 나눌 까닭도 없을 듯 하지만 지난 66년에 「아스팍」이 창설할 때 「인도네시아」는 빠졌고 「라오스」는 「업저버」로서만 참석했다.
같은 회원국 사이에서도 「아스팍」이 반공적인 색채가 짙다해서 꺼리는 소리가 높아졌다. 더욱이 「닉슨」의 지난번 중공방문 이후의 미묘한 국제정세의 움직임으로 「아스팍」의 탈바꿈이 필요해진 듯하다.
오는 6월14일부터 열리는 「아스팍」제7차 총회에서 그 비정치·비군사적 성격을 밝히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이런 뜻에서인 듯하다.
이리하여 보다 많은 나라끼리 악수를 나누게 되는 것도 좇을 것이다. 그러나 악수에서 신의나 약속을 찾기란 퍽 어려운 요새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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