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미소 대좌…겉치레보다 실질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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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5일 새벽 본사 「워싱턴」주재 김영희 특파원은 현재 「모스크바」에서 미·소 정상회담을 취재 중인 본사 특약 사인 미「볼티모·선」지 「피터·컴퍼」기자를 전화로 불러 정상회담 진행을 알아보았다. 「컴퍼」기자(45)는 「홍콩」 「모스크바」극동 지역에서 9년간 해외 특파원 생활을 지낸 경력을 가지고 현재 「볼티모·선」지 「워싱턴」부지 국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71년 「애그뉴」부통령을 수행, 서울을 방문한바 있다. 다음은 김 특파원과 「컴퍼」기자와의 통화내용이다. <편집자주>
김=「닉슨」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것도 이미 사흘이 지났고 그 동안 우주·과학기술·의료·환경 보호 등에 관한 협정이 조인되었다. 지금까지의 회담 진행상황으로 봐서 양국 대표들 사이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컴퍼=퍽 사무적인 분위기라고들 평하고 있다. 도착 이튿날부터는 소련측 태도가 퍽 부드러워졌다. 「닉슨」자신이 말했듯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그냥 회담의 정신이나 분위기 이상으로 무언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결의를 쌍방이 다같이 품고 있는 것 같다. 소련 신문들이 「닉슨」방문을 크게 취급한 태도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다. 소련측 기준으로 볼 때 이처럼 대서특필하는 경우는 좀체로 보기 힘들다.
김=정상회담의 중반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회담의 총체적 성과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컴퍼=지금으로 봐서는 전망이 아주 좋다. 특히 전략무기제한회담(SALT)의 경우 오랜 기간 쌍방 대표들이 협상을 진행해 오기도 했지만 마지막 단계에 와서 양측은 예상보다 이견의 폭이 좁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같다. 따라서 SALT의 조인은 이제 시간 문제인 것 같다.
김=월남 문제는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는가?
컴퍼=그런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부문의 협정을 방해할까 두려워해서 아마 SALT와 통상협정을 매듭지은 후에 월남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김=그럼 결과적으로 월남 문제에 관해서, 비밀이건 공개적이건 모종합의가 이루어지리라고 보는가?
컴퍼=예측할 수 없다. 지금으로선 양 지도자가 다른 쌍무적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월남 문제에 관해서는 그 성격상 아마 공개적인 것보다 비밀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겠다.
김=극동의 새로운 열강 관계와 새로운 질서가 논의되는 기미가 있는가?
컴퍼=극동 내지 태평양 지역은 어디까지나 전반적인 국제 문제 논의의 테두리 안에서만 취급 될 것이다. 어쩌면 월남 문제의 연장으로서 태평양 지역이 언급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추측일 뿐이다.
김= 한국 문제와 같은 주변 상황이 간단히 나마 토의될 가능성은?
컴퍼=회의적이다. 「모스크바」 정상회담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인 만큼 명확한 합의를 보지 못할 문제는 피차 건드리지 않기로 작정했을 것이다. 한국 문제는 바로 그런 사항인 것이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김=현지에서 관찰할 때 양 수뇌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어느 쪽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은가?
컴퍼=어려운 비교다. 그러나 소련이 「유럽」에 보다 기우는 반면, 미국은 소련으로 하여금 월남에 관해 모종 양보를 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것 역시 순전히 가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문제들은 서로 연결돼 있고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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