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막는 방어벽, 힘내라 제트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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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 먼지를 관찰하던 유럽의 기상관측자들은 높은 하늘에서 빠르게 흐르는 바람이 있음을 알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영국을 향해 대서양을 건너던 조종사들은 항공기 뒤편에서 부는 강풍을 느끼곤 했다. 제트기류 얘기다. 제트기류는 항공기의 운항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가뭄·폭우·폭설·한파 같은 기상이변의 배후로 자주 언급된다.

 북극과 열대지방의 기온차가 벌어지는 겨울철에 더 활발해지는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갇혀 있던 북극 한기가 남하해 북반구에는 한파가 닥친다. ‘온난화의 역설’인 셈이다.

 실제로 2010년부터 매년 겨울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 한기가 내려와 한반도의 추운 겨울이 반복됐다. 기상청은 22일 올겨울엔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12월 초순부터 비와 눈이 많이 내리고, 12월 중·하순부터는 평년보다 추운 날이 많겠다는 장기예보를 내놓았다. 1월과 2월엔 평년과 비슷한 기온을 보이겠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트기류의 약화에 따라 혹한이 닥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온난화 방지를 위한 노력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더 무서운 기상이변이 언제 닥칠지 모를 일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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