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소년축구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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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하고 안타깝다. "

피땀 흘려 준비해온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3월 25일~4월 16일.아랍에미리트)가 이라크 전쟁이 임박하면서 무기 연기됐다는 소식이 7일 전해지자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진이 빠진 듯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선배들의 멕시코 4강 신화를 20년 만에 재현하겠다는 각오로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대표팀의 박성화 감독은 "기를 쓰고 해외 전지훈련을 다니면서 몇개월간 담금질한 끝에 겨우 조직력을 다져놨는데 대회가 갑자기 연기돼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박감독은 그러나 "준비 기간이 늘어난 만큼 오히려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선수들을 다독거렸다.

대회 연기가 결정된 것은 7일 새벽(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였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걸프지역의 정정 불안을 고려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연기하자"고 제안했고 집행위원회는 이를 승인했다. 블라터 회장은 연기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회는 부득이 연기하지만 개최지를 바꾸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할 미국.영국(잉글랜드)을 비롯해 이라크 공격에 동조하는 스페인.호주 등 24개 참가국의 축구협회는 "개최지인 아랍에미리트가 이라크로부터 1천4백5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유사시 선수단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FIFA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오전 대책회의를 열고 "세계청소년대회가 연기된 만큼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오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되는 4개국 친선대회(한국.말레이시아.브라질.포르투갈)에 참가한 뒤 일단 해산키로 한다"고 결정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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