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선수 투표 연기 … 호날두 밀어주려나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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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옥스퍼드대에서 강연을 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조롱하는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국제축구연맹(FIFA)이 올 한 해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의 투표 마감을 갑작스레 연장했다. 포르투갈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사진)를 비꼬다 망신을 당한 제프 블라터(77) FIFA 회장의 ‘호날두 밀어주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스카이스포츠 등은 21일(한국시간)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FIFA와 축구잡지 프랑스풋볼이 15일이었던 투표 마감을 29일로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투표를 마친 사람이 마음을 바꿔 재투표할 수도 있다. 발롱도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조치다. 발롱도르는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 프랑스풋볼이 선정한 기자단 투표로 수상자를 정한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호날두다. 호날두는 첫 투표가 마감된 이후인 20일 열린 스웨덴과의 브라질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을 본선으로 이끌었다. 16일 1차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었다. 재투표를 할 경우 호날두의 표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블라터 회장과 호날두의 불편한 관계가 투표 기간을 연장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많다. 블라터는 지난달 26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강연을 하며 “호날두는 헤어스타일에 많은 돈을 쓴다. 또 로봇처럼 딱딱하게 움직이며 괴성을 지른다”고 조롱했다. 호날두의 몸짓을 따라하며 로봇춤까지 췄다. 호날두는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블라터 회장이 나와 내 조국, 내 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블라터는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공식 항의 서한을 받고서야 “호날두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내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호날두는 2008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2009년부터 4년 연속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26·FC 바르셀로나)에게 영광을 빼앗겼다. 올해는 모처럼 발롱도르를 되찾을 기회다. 호날두는 올해 소속 팀과 국가대표에서 총 66골을 넣은 최다 득점자다. 2013~2014 시즌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6골)·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8골)에서 모두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메시는 허벅지 부상으로 8주 진단을 받아 수상에서 멀어졌다.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호날두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발롱도르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의 팀과 국가를 위해 골을 넣을 뿐이다. 상을 받기 위해 골을 넣는 게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도 “화가 난 상태인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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