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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 직장인·싱글족 늘어 … 도시락 전문점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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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솥도시락 서울 교대점 한인탁 점장이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도시락 시장은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사진 FC창업코리아]

도시락 전문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점심값을 아끼려는 알뜰 직장인과, 싱글족이 늘면서 도시락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캠핑 등 나들이 문화의 확산도 도시락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도시락 시장 규모를 약 2조원으로 추산하면서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병오 중앙대(창업학) 겸임교수는 “도시락은 따뜻한 탕과 국을 즐겨 먹는 우리 식문화와 맞지 않아 그간 성장속도가 더뎠다”면서도 “앞으로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레저문화 확산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지는 시장에 선발주자는 신메뉴 개발로, 후발주자는 다양한 컨셉트로 대응하고 있다. 도시락 시장 1위 ‘한솥도시락(www.hsd.co.kr)’은 올 8월 1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한솥닭강정을 출시했다. 점심과 저녁 사이 한가한 시간(스윙타임)에 가맹점들이 매출을 더 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2009년부터는 카페형 매장을 도입해 매장 내 테이블을 비치하고 컵라면·음료수·샐러드 등을 함께 판매하는 가맹점도 개설하고 있다. 1993년 사업을 시작한 한솥도시락은 20년간 도시락 1개당 3000~5000원대에 판매했다. 도시락 가격을 지난 20년간 약 20% 올리는 데 그쳤는데, 같은 기간 짜장면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실질가격(=명목가격-물가상승률)은 내려간 것이다.

 후발주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컨셉트로 차별화해 승부를 거는 모양새다. 일본식 수제도시락 전문점을 컨셉트로 내세우는 도시락전문점 ‘벤토랑(www.bentorang.com)’은 해초 등 수산물을 넣어 메뉴를 고급화하고 가격도 6000원~1만원으로 높였다. 도미뱃살과 참치 타다키·장어구이·연어회·연어알·돼지등심 등을 넣은 도시락 등 총 23가지 종류의 일식 도시락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프리미엄 한식도시락을 표방하는 ‘본도시락’은 현미·흑미·다시마를 넣은 영양밥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최고급 도시락을 1만900원으로 잡아 중고가로 책정했다. 양평군청과 협약을 체결해 양평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로 유통과정 및 제품원가를 최소화한 ‘산채도시락(www.sanchaedosirak.com)’은 국내 산채를 재료로 한 산채초밥·산채주먹밥 등을 간판 메뉴로 내세웠다. 도시락 전문점 ‘토마토(dachaewon.co.kr)’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도시락 용기를 쓰고 있다. 일본 내에서 2700개의 매장에 연간 3억 개의 판매고를 올리는 세계 최대 도시락 브랜드 ‘호토모토(www.hottomotto.co.kr)’는 국내 도시락 업계 최초로 ‘스끼야끼 우동’ ‘카레 우동’ 등 우동 시리즈를 내놨다.

 기존 음식점들 중에도 단순히 식당에서 도시락 상품을 판매하다가 아예 도시락 브랜드를 출시한 곳도 있다. 돈가스전문점 ‘사보텐’은 돈가스 메뉴를 도시락으로 판매하다가 사보텐의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 격인 ‘사보텐 델리’를 서울 여의도 IFC몰에 열었다. 일식분식전문점 ‘미소야’를 운영하는 보우앤파트너스는 미소야 매장에서 도시락을 판매하다가 올 6월 ‘미소담은 도시락’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고 서울 방배동과 압구정동에 각각 1호점과 2호점을 냈다.

 고급 일식집이나 호텔 등도 도시락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주로 1만원대부터 5만~6만원대까지 명품 도시락을 선보인다. 고액연봉 직장인이나, 도시락도 고급 식사메뉴라 여기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다.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9900원~2만5000원대의 프리미엄급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 회전초밥 전문점 브랜드 ‘스시로’를 운영하는 스시로한국도 8800원부터 1만5500원 선의 도시락 메뉴를 출시했다. 서울팔래스호텔은 그동안 연회장이나 식당에서만 제공하던 5만~6만원대 도시락을 고객이 주문하면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등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고, 르네상스서울호텔도 호텔 내 ‘일식당 이로도리’에서 5만~6만원대 ‘벤또 박스’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도시락 업체들이 늘면서 창업자 입장에서는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곳을 선별해야 한다. 강병오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가맹본부들이 도시락 프랜차이즈 시장의 물을 흐리게 할 우려도 있다”며 “테이크아웃 판매를 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주방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역 단체주문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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