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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현대 미국 대표적 시인「베리먼」유작시집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1월 미국「미니애폴리스」에 있는 어느 다리에서 뛰어 내려 자살한 현대미국의 대표적 시인「존·베리먼」(57)의 유작시집『망상·기타』가 최근 미국에서 출판되었다.「로버트·로웰」과 함께 미국시단의 2대 지주로 꼽히는 「베리먼」은 젊었을 때는 별로 각광을 받지 못했으나 10여 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60년대 후반부터는 미국은 물론 영국시단에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인으로 평가되었다.
근년에 이르러 부귀와 명성을 함께 얻은 그가 갑자기 자살한 것은「알콜」중독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그의 시 세계를 들여다 볼 때 그는 그 자신의 낭비적이고 무질서한 생애에 대해 깊은 회의와 회한을 느껴 왔으며 결국 그것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았나 보여지고 있다.
「베리먼」은 시작의 기법이 누구보다도 다양한 시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젊었을 때의 그는「예츠」의 시를 연상케 하는 완벽한 시들을 발표했으나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나름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다.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출판했던 시집 『사람과 명성』 이 가장 소리 높고 낙망 적이었던 데 대해 유작시집『망상·기타』가 가장 조용한 시집으로 꼽히고 있는 것도 그의 변화 있는 시 세계를 보여주는 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베리먼」은 그의 자살을 예언한 듯 『사랑과 명성』에 수록된 『주께 드리는 열한 개의 인사』에서 내면적 절망을 노래하면서 주에게의 감사를 경건하게 나타냈지만 유작시집 『망상·기타』에서도 비록 난해한 구석은 엿보이지만 절망적 인간상을 읊조리고 있는 것이다.
종교적인 시를 가장 좋은 시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는 그의 말년에 시인으로서의 절정을 맛본 셈이다. 시작에 있어서 그의 종교적 경향은 그의 3번째 부인 「케이트」로 하여금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말기의 시들이 강한「가톨릭」의 냄새를 풍긴 것은 「케이트」가 독실한 「가톨릭」신자였기 때문이다.
『망상·기타』는 그에게 영향을 준 「케이트」에 대한 뜨거운 애정, 「로버트·트로스트」와 그의 술벗「딜런·토머스」 등 시인, 그리고 「베트벤」 등에 대한 따사로운 감정이 절절하게 흐르고 있으나 인간에 대한 「베리먼」의 고정 관념이 절망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두드러 진다. 그의 유작시집 『망상· 기타』는 그가 자살할 즈음 한창 교정 중에 있었다.
「베리먼」은 65년『77편의 꿈 노래』로 「풀리처」상을, 69년에는 전 미국 도서 상을 각각 수상했다. <타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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