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의 문형표·황찬현 인사 연계는 무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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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2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를 각각 정식으로 임명할 방침이라 한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법에 정해진 시한 내에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자 법에 따라 임명 절차를 밟는 것이다. 형식상으로는 하자가 없는 대통령의 통상적인 인사권 행사다.

 하지만 이것이 가뜩이나 경색돼 있는 정국에 또 하나의 갈등을 불러올 전망이다. 민주당의 반발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문 후보자가 사퇴하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에 협조하겠다는 연계전술을 구사해 왔다. 그러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임명하려 하자 황 후보자의 임명동의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대여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두 후보자를 임명하면 제3의 인사 참사를 부를 것이라고까지 경고했다.

 그런데 복지부 장관과 감사원장이라는 자리가 서로 무슨 관계가 있나. 복지부 장관은 복지부 장관이고, 감사원장은 감사원장이다. 두 후보자가 그 자리에 적합한 전문성과 능력을 각각 지니고 있는지 개별적으로 따지면 됐지, 왜 주고 받기식 흥정을 하려 하나. 인사는 인사의 논리에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 한 명쯤 낙마시켜야 야당의 체면이 선다는 식의 발상은 민생보다 투쟁에 함몰돼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민주당은 문 후보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문제 삼고 있으나 심증만 있지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사실이 없다. 그 상태에서 그와는 아무 상관 없는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연계시키는 것은 당당하지도 못하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런 흥정이 야당의 위상을 높이고, 청와대·여당에 통쾌한 일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칫 국민에게 야당은 사사건건 뒷다리나 걸려 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쉽다.

 물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초조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보상심리에서 비롯한 무리한 연계전술은 대치국면을 더욱 경색시킬 뿐이다. 그 결과 정국은 출구 없는 악순환으로 계속 빠져들 것이다. 민주당은 거기에서 과연 무슨 정치적 이득을 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