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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농촌 봉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사부는 의료 혜택의 균점화와 무의 지역해소를 위한 영구 방안으로 의사 시험에 합격한 모든 의사들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농촌에서 봉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사부는 이미 이러한 구상을 국회 보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에게 「브리핑」했는데, 찬성하는 측이 많아 이 안을 2년 안에 실시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보사부가 무의촌을 일소하기 위하여 의사들의 농촌 봉사를 의무화하겠다는 구상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공공복리를 위하여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법에 의하면 의사는 일정한 자격을 가진 자로서 보사부장관의 특허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면허를 받은 자는 보사부장관에게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현행법은 의사 자격을 가진 자가 영업을 하고자 할 때에는 따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개정안은 의사 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일단 가면허를 주었다가 농촌 봉사를 마쳐야만 정식 자격증을 주기로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밖에도 법에 규정된 일정한 자격자라도 특정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그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국민학교나 중·고교의 교사 자격증을 가진 자도 소정의 복무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박탈할 수 있도록 교육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그 전제조건으로 교육법이 국립의 교육대학이나 사범 대학 재학생들에게는 입학금·수업료 등을 면제하고 학비 보조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대신 복무 연한 규정을 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특혜를 일절 주지 않고 있는 의과대학이나 치과 대학 졸업생에게 의무 연한을 규정할 수 있을 것인지는 근본적으로 의아스럽다 할 것이다.
또 국립 의대의 간호학과의 경우에도 그 학생들에게 수업료와 입학금을 면제하고, 기숙사 사비·식대와 피복비 및 학비의 일부를 국고에서 부담토록 하고 있어 일정한 복무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실례도 있다. 따라서 이 경우 복무 의무를 부과한 자의 간호원 자격 또는 조산원 자격의 면허증을 박탈할 수 있는 것은 법리상 모순이라고는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일정한 국고보조를 받은 국립 보건 대학원 학생에게 그 수료 후 일정 기간 공의로서의 복무 의무를 지게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만일 보사부가 의료법을 개정하여 의사의 복무 의무를 강제화 하려고 할 경우 위에서 열거한 바와 동등한 혜택과 상당한 신분상의 특전을 준다면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 의사는 외국에 비하여 그 절대수가 상당히 모자란 실정에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의 인구 8백명 당 의사 1명의 비율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이고, 인국 일본의 1천명 대 1이라는 비율에 비추어 보더라도 우리 나라의 2천3백명 대 1이라는 실정은 너무도 뒤떨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에는 상당수의 국내 의료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에 이주하였기에 정부가 의사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최근 수년래 많은 의과대학의 신규인가를 해준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의대 졸업생들은 빨라야 77년도에 가서야 의사 자격을 얻게될 실정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의사 시험 합격자에게 농촌 봉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무의면 일소라는 시책상 부득이한 것이라 하겠으나 이 경우에도 전문 직업의 특수성이나 헌법상 요청인 국민의 자유권 제한은 극도로 신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의사를 의무적으로 농촌에 배치한다면 봉사 의욕도 줄어들 것이므로 무의 면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공의를 배치하고 이동 의료 「서비스」를 제반화하는 방향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요, 공의에 대하여서는 국고에서 충분한 보조를 줌으로써 농어촌 영세민이 싼 요금으로 의료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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