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본의 석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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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원의 나라』로 불려지고 있는 일본은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풍경식 정원의 종교인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의 사실주의를 기초로 하면서도 그것을 그들의 도국적 국민성에 맞춰 한층 섬세하고 상징적인 것으로 발전시켜 그들 나름의 독특한 경지를 이룸으로써 요즘에 와서는 일본 정원이 동양 정원의 상표처럼 되어 있다.
일본 정원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것이 이른바 회유식 임천형이라 불리는 것이다.
겸창 시대에 만들어 졌다는 천룡사 정원이나 경도시의 계추 궁경원이 모두 이 형식의 것인데 회유식이라고 하는 것은 정원의 중심부에 연못을 파고 그 가운데에 섬을 만들어 그 섬으로부터 다리를 놓아 섬과 연못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연못이나 섬의 형태는 음양오행설이나 「심」자, 또는 일본 국토의 모습 등에서 따온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연못에는 수련을 띄우고 다리에도 색칠(주로 적색)을 하여 모양을 냈는가 하면 보도에는 디딤돌이나 자갈을 깔아 정원 어느 한 구석도 인간의 기교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물이 많은 섬나라』의 정원다운 이 회유식 정원과 함께 일본에는 또 고산 수수 법이라는 특이한 정원 양식이 유명하다. 경도의 용안사 정원이 그 한 예인데 이른바 「석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고산 수수 법은 일체 물을 쓰지 않고, 돌을 쌓아 폭포수를 흉내내고 흰 모래를 깔아 유수의 모습을 나타내며 나무를 다듬어 놓아 산을 연상하게 하는 등 다분히 상징적이고 회화적인 수법이다. 일견 잔재주 같기도 하나 담백한 맛이 있다. 이러한 「석정」은 일본 정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그 독창성이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의 일본 정원은 가정집에서는 재래의 회유식 임천형에 미국 내의 영향으로 잔디밭이나 「테라스」 등 실용적인 「디자인」이 가미되고 있는 경향이며 공공 건물이나 「빌딩」, 공원 등지에서는 고산 수수 법을 발전시킨 「현대식 석정」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동경의 유명한 제국 「호텔」 정원에도 이 석정이 꾸며져 있었는데 수법은 물론 재료인 돌까지 인공을 가하여 조형화·추상화함으로써 언뜻 무슨 「해프닝」을 대하는 것 같았다.
이와 같은 일본의 정원 양식은 그 나름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독창성으로 하여 서구인들에게 『신비로운 동양의 정원』으로 선정되고 또 영향을 주었거니와 인접국인 우리 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다시 2열로 돌을 쌓아 놓은 것은 아마 일본 정원의 자연석 처리를 모방한 듯한데 이것은 일본 것도 아니고 한국적인 것은 더구나 아니다.
정원석은 안정감과 자연스러움이 그 생명이다. 돌 하나라도 예사로 놓는 것이 아니다. 돌 하나 놓는데도 그 나름의 경지가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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