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과 노이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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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신중절은 많은 의사들이 지나칠이만큼 위험성을 강조해도 여전히 대부분의 부인들이 한번쯤은 겪는 경험이다. 어쩌면 임신 가능한 여성들의 필요악(?)처럼 여겨지고 있는 임신중절에 대해 박만룡 박사(고려대의대부인과 외래교수)에게 알아본다.
임신중절의 부작용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진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자궁의 해부학적 구조의 결손·염증·출혈 등이다. 임신중절 하면 유산을 연상할 정도로 중절수술을 받은 부인들은 임신중절과 유산의 관계를 두렵게 생각한다.
중절수술 이후 초래되는 유산은 의학적으로 자궁경관무력증과 과도소파로 인한 자궁내막기저층의 결손으로 설명된다.
이에 대해 박 박사는 『중절수술을 받은 부인들에게서 가끔 보는 유산을 과도소파나 자궁경관의 무리한 확대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더우기 산부인과전문의가 아니거나 미숙한 「테크닉」으로 수술하는 의사에게 수술 받을 경우 그러한 자궁의 해부학적 구조의 결손이 초래되기 쉽다』고 말한다.
실제로 임신중절을 1회 경험한 여성은 한번도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산이 약3배, 2회는 약3·5배, 3회 이상이면 약6배라는 보고가 있다.
유산은 분명히 여성들의 공포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중절수술과 유산의 관계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이러한 유산의 공포증은 중절수술후 가능한 부작용보다 훨씬 심각한 현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절수술이 유산의 한 원인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유산의 원인일수는 없다.』
박 박사는 오히려 중절수술의 경험을 가진 부인들이 임신 후에 혹시 유산하지 않나 하는 정신적인 불안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원인이 분명하든 분명하지 않든 자연유산은 전 임신의 10%이며 계속 3회이상 유산하는 습관성 유산은 자연유산의 0·4%를 차지한다.
의학적으로 유산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전적인 체질과 영양상태이다.
따라서 『임신중절의 경험이 있다고해서 유산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규칙적인 생활과 풍부한 영양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하다』고 박박사는 충고한다.
가끔 중절수술 후 염증으로 난관 주위 조직이 유착되거나 난관이 막혀 불임이 초래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또 문제가 되는 출혈이다. 중절수술로 초래되는 출혈에 대해서는 이론이 구구하다.
실혈량이 많기 때문에 심장기능이 나빠질 뿐만이 아니라 전신의 기능장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이 있는가하면 중절수술에 의한 실혈량이 일반에게 강조된 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반박하는 의사들도 있다. 『보통 3개월 이전의 임신중절 수술로 초래되는 실혈량은 30∼2백cc로 정상월경 때의 실혈량 50∼1백cc의 약2배쯤이다. 그러나 전신의 기능장해를 초래할 실혈량은 아니다.』 그러므로 임신중절로 심장기능이 나빠진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근거가 희박한 것 같다고 박 박사는 강조한다.
작년 산부인과 학회에서도 임신중절에 대한 여러 가지 의학적인 문제점과 부작용이 논의되었는데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임신중절의 부작용 그 자체보다는 그것으로 빚어지는 「노이로제」가 더욱 심각하다는데 의견을 모은바 있었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병원을 찾는 우리 나라 가임 여성들의 대부분이 적어도 한 번쯤은 중절수술의 경험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임신중절이 부인들의 필요악이 돼버린 것 같다』고 말한 박 박사는 임신중절의 부작용이 유산·염증출혈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부작용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다든지 모든 신체의 병적인 변화를 임신중절과 연결짓는 「노이로제」는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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