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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에 싸 인 비 정의 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히말라야」의 산들은 신비스럽고 그만큼 두렵다』- 작년에 김호섭씨 일행과 같이 「마나슬루」에 도전, 7천6백m까지 등반했으나 동료 김기섭씨를 잃어 정복의 꿈을 꺾이었던 김인식씨(28·경희대 졸·서울 당산동104)는「마나슬루」는 신비의 산이라고 말했다.
김씨는「마나슬루」의 등반은 눈과「크레버스」의 연속으로 위험이 많았다면서 지난해의 희생을 돌아보았다.
「마나슬루」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동쪽 서쪽 남쪽의 3「코스」가 있다. 이중에도 가장 안전한 곳이 김호섭씨 일행이 작년과 올해의 두 번째로 시도한 동쪽「코스」라는 것.
남쪽「코스」는 작년에 일본원정「팀」이 성공했으나 희생을 낸 곳인데「록·클라이밍」을 해야하는「코스」이다.「마나슬루」동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눈과 바람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눈이 내릴 때면 발이 30∼40cm나 빠져서 체력을 빼앗고 바람이 불면 얼었던 눈가루가 날려 시야를 가려 움직일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또 눈사태도 무서운 것의 하나. 쌓이고 쌓인 눈은「꽝」하는 큰 소리와 함께 하얀 눈보라를 일으키며 산이 무너져 내려 만일 그 밑에 있었다면 살아날 수 없는 참변을 당한다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김인식씨 일행은 제1「캠프」를 5천3백m, 제2「캠프」를 6천3백m, 제3「캠프」를 7천m, 제4「캠프」를 7천6백m에 두었으나 몰아치는 강풍으로 김기섭씨가 3m나 공중에 떴다가 50도 경사의 암벽을 굴러 25m 깊이「크레버스」속에 떨어진 것을 회상하면 지금도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마나슬루」의 기상은 봄가을이 1년 중 안정되어 등반에 적합하며 그 중에도 봄 4∼5월이 좋으나 산상에서는 일기가 돌변하여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낮 기온은 영상 17도까지 올라가나 밤에는 영하 25도까지 내려가고 7천m에서는 산소가 3분의1로 줄어 곧 피로해져서 기상이 악화하면 꼼짝못했다고 되돌아 보았다.
특히 작년은 기상변덕이 심해 참가했던 전세계 20여 개 등반「팀」에서 7명이 희생되었다는 것이며 연평균 3명의 희생자가 나고 있다는 것.
작년 등반 때 김인식씨 등은 동쪽「코스」를 7천m까지 올라가는데 1천 개소에「로프」 를 걸었고 2m이상의「크레버스」를 5개나 넘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번 등반「팀」이 작년에 걸어놓은「로프」를 이용하면 퍽 용이할 줄 알았다고 애석해했다. 「마나슬루」등반에서 또 하나의 작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서 골짝을 향해 쏟아지는 바람이 마주치면서 회오리바람이 되는 것. 이 바람이 세차면 눈사태도 일으키고 눈보라로 앞이 안보이고 천막이나 사람이 날아간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금 눈을 감으면 신비로움 속에 비 정을 간직한「마나슬루」봉이 두려움으로 다가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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