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표준사업별로 그 현장을 가다|회관건립 경기도 시흥군 의왕면 갈미 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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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국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마을회관을 만들자』-. 경기도 시흥 군 의왕 면 내 손2리 갈 미 부락 주민들은 마을공동의 전당인「갈 미 회관」이 개관하는 날 이렇게 다짐했다.
「갈미 회관」이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 8일.
주민들은 자력으로 건축한「슬라브」지붕과 빨간 벽돌로 된 현대식 단층 회관건물 앞에서 상오11시 개관기념식을 가졌다. 떡시루와 돼지 대가리를 상에 받쳐놓고 마을의 번영을 빌기도 했다.
마을지도자 윤여창씨(40)는 회관건립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작년 10월이라 했다.
윤씨와 이장 이병화씨(39)는 마을의 회의장으로나 향후 예비군 사무소로 회관이 필요하다는데 우연히 의견이 맞아 들었다. 갈 미 부락은 안양 읍에서 남동쪽으로 5km쯤 떨어져 농가 60가구, 비농가 15가구 등 모두 75가구 주민 3백여 명이 경지5백60여 단보를 지어 비교적 부촌으로 알려진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회관건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찬성이었다.
마을일에 영향력이 많은 전주 이씨의 문중에서도 적극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겨울을 지나 봄에 짓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다가 지난 2월말 새마을지원자재「시멘트」5백 부대와 철근 0·6t을 배정 받았다.
지도자 윤씨는 회관건립을 서둘렀다. 회관규모·건축비·대지 등 문제가 많았다. 현 이장이나 이은섭씨(37), 이종덕씨(46)와 고경열씨(35)등 전 이장들은 이 문제를 마을전체 공론에 붙여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주동이 되어 지난 3월1일 새마을사업추진 단합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갈 미 회관」청사진이 제시되었고 건물규모가 확정됐다.
이씨 문중대표 이진덕씨(45)는 회관부지로 가장 적당한 마을 앞 종 중 땅 50평을 선뜻 희사했다.
공사비가 문제였다. 예상 총 공사비 73만여 원 중 20만원을 마을유지들이 성금으로 내놓았다. 18만원 상당의 정부지원자재는 확보되었으나 35만원이 부족했다.
주민들은 소유경지 면적에 따라 60여 가구에서 최저 5백원에서 최고 2만원까지 차등을 두어 성금을 거두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노력은 모두 주민들이 자진해서 봉사키로 나섰다.
공사가 착공된 것은 지난 3월11일. 부 지위에 회관 모사 도를 그려 붙이고 측량에 이어 기초공사가 시작됐다. 밤일까지 해가면서 주민 10명이 이틀만에 기초공사를 마쳤다.
벽돌공·미장이·목수를 모두 마을 사람으로 충당했다. 이들은 노임을 주지 않는 대신 회관성금을 면제해 주었다.
기술을 요하는 일 외에 잡일은 마을 4H 구 락 부원 30명과 부녀 회 회원 40명이 주로 맡았다.
부녀회원들은 벽돌을 날랐고 청년들은 자갈과「시멘트」일을 거들었다.
공사에 동원된 연인원만도 5백여 명.
착공 28일 만인 지난 8일 내부단장까지 끝내 드디어 갈 미 회관은 준공이 됐다.
1층에 이어 주민들은 금년 안에「슬라브」지붕 위에 2층을 올릴 계획이다.
건평 21·6평의 1층에는 회의장 겸 탁아소, 공동작업장, 향토예비군 소대본부와 무기고로 쓰이고 있다.
연내에 완공키로 한 건평 20평의 2층은 예식장으로 쓸 계획인데 이웃마을에까지 무료로 이용토록 할 방침이라고.
마을회관 외에 주민들은 내 손2리에서 내 손1리까지의 폭 5m, 총 연장 3km의 새 도로를 만들어 지난 8일 개통함으로써 회관개관과 함께 또 하나의 큰 일을 해냈다.
새 길이 생긴 2개 마을까지의 거리는 불과 3km밖에 안됐으나 해발 2백m의 모 락 산이 가로막아 주민들이 내왕하자면 산을 돌아 10km길을 가야만 했었다.
공사 1개월8일만에 마을앞 개울에 길이 5m, 폭 3m의 다리를 놓고 8개조의 작업반이 9개 공구로 나누어「불도저」까지 동원, 총 공사비 1백54만원을 들여 먼길공사를 끝낸 것이다.
4H구락부회원들이 새로 가설한 도로변에 떼를 심고 개나리·「포플러」를 심는 것을 보고 김광준 시흥군수는『새마을사업이라기보다 국토건설사업』이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주민들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을 막아 뚝 길이 17m의 보를 쌓기로 하여 지난 3월31일 착공, 이 달 하순 완공을 서둘러 공사가 한창이다. 이 보가 이뤄지면 논 30만평이 수리안전답으로 바뀌어 옥토가 된다. 【수원=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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