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불안」겹친 한국 해운항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나라 해양의 30%이상을 차지하는 한-일 해양항로가 작년 10월이래 전례 없는 불황에 빠졌다. 작년 8월「닉슨」의「달러」방위조치가 발표된 이래 연말까지 일본 원 화가 환율조정의 진통을 겪는 동안 한일간무역이 상당히 침체됐고 금년 들어서는 우리 정부의 수입억제정책이 실시되는 한편 작년까지 일본서 대량으로 들여오던 양곡이 호주와 미국산으로 바뀌어 한일항로의 화물이 격감했다.
이와 함께 한-일 항로에 취항하는 우리 나라 선복량이 작년 초의 13만5천t(총 t수)에서 지금은 14만5천t으로 1만t이 증가, 해양불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해양업계에 의하면 한-일 항로의 하 동량은 그 동안 매년 15%정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었으나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화물감소 및 선 복 증가라는 양면의 압력은 업자들의「덤핑」을 부채 질, t당 10「달러」40「센트」로 책정된 부산∼「요꼬하마」간 수입화물운임을 9「달러」, 11「달러」 90「센트」로 점해진 인천∼「요꼬하마」운임을 10「달러」선으로 낮추어 받는「덤핑」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해운운임「덤핑」은 소형선보다 대형선에서 훨씬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업계의 공통된 주장인데 사간 3만t규모의 한전기재를 수송하는 몇몇 대형선박회사들은 규정운임보다 30%∼35%나 싸게 받는 심한「덤핑」을 하고 있다. 조각을 비롯한 대종화물이 없어진 지금 대형선박이 한-일 항로를 뛰는 것은 아주 무모한 행위로 지적되고 있다. 1천t미만의 소형선은 적재화물 량이 적어 한 달에 2∼3차 운행할 수 있으나 대형선은 화물적재를 위해 일본서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한다. 대형선의 장기단선으로 일찍 실어둔 화물이 국내통관기일이지나 도착하고 그래서 선박회사가 매주의 손해배상청구를 받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얘기다.
국내 굴지의 H회사 같은 데서는 1천t급이 적정규모인 한일항로에 6천t급 선박을 2척이나 운행, 40일에 1항구라는 비경제적 운영을 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대회사의 대형선박 한-일 운항이 한-일 항로의 기득권을 얻어 앞으로 있을 대일 선박차관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데 속셈이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의 심각한 고민은 최근에 당면한 만기 적인 취지악화에 있지 않고 정부가 강행하려는 한-일 해운협정의 불안한 결과에 있다.
작년 8월 한-일 각료회담에서 양국정부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해양협정이 체결되면 우리 나라의 보호주의적 해운정책이 철폐되고 세계최대의 해양국인 일본과 우리 나라가 1대1의 자유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한-일 항로에서 우리 나라 선박에 의한 수송량은 수출입 합계에서 78대22, 수입에서는 98대2로 우리가 유리한 입장에 서 있었는데 해운협정이 체결되면 총 선복량 3천5백만t인 일본과 낡아빠진 목선까지 합쳐 1백만t이 될까말까한 우리 나라가 경쟁을 하게됨으로써 이 같은 비율은 깨뜨려질 것이고 우리 나라의 해양은 조만간 일본에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가 해운정책을 자유화하는 대가로 일본에서 얻는 것은 선박차관 5천만 불. 이 돈으로는 기껏해야 선 복 10만t을 증가시킬 수 있을 따름이고 3차5개년 계획상의 선 복 증가목표 1백30만f에 도달하기에는 까마득한 숫자다.
일부 대형선박회사들은 일본과의 자유경쟁에 의한 비참한 결과를 뻔히 내다보면서도 당 장의 선박차관에 군침을 삼켜 5년 후의 양국 선적치 비율 50대50이라는 조건부로 협정체결을 지지하고 나섰다.
군소 업자들은 서류상의 50대50 비율이 지켜질 아무런 보장이 없고 세계 최강인 일본이 본격적인「덤핑」을 시도하면 한-일 항로는 하루아침에 일본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