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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커피' 고향, 한국 녹차향에 젖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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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백환기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한국 경쟁력의 저변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비엔나 커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차의 고장인 이곳에 한국 녹차가 처음 소개된 것은 2010년 가을이었다.

 “2009년 가을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 차 전문점인 ‘하스앤하스’ 주인이 한국 녹차를 구하지 못해 아쉬워한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봤어요. 빈 시내를 뒤져 우리 녹차를 찾았지만 허탕이었습니다. 일본·중국·인도·스리랑카·네팔·대만 등지의 녹차는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죠.”

 백환기(60)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가 한국 녹차를 오스트리아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건 그때였다. 당시 그는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공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를 자극한 건 빈 시내 차 전문점 천장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오스트리아에 일본 녹차를 들여온 미치코 마이늘이라는 일본 여성을 그린 그림이었다.

 “오스트리아 기업가 율리우스 마이늘과 결혼한 여성이었는데 마이늘 가문이 운영하는 차 전문점엔 일본 녹차 코너를 따로 두고 천장에 그녀의 얼굴을 욱일승천기 형상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도록 그려놨더군요. 그걸 보면서 한국 녹차를 내 손으로 들여오겠다 다짐했죠.”

 이후 백 교수는 하스앤하스를 찾아가 한국 녹차에 대해 설명하고, 녹차 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에 전화해 제품의 수출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보성녹차는 빈 중심 슈테판 광장의 하스앤하스 매장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빈의 현대자동차 전시장에서 녹차 시음회와 가야금 병창 공연도 열었다.

 “1년 간 쉽지 않았죠. 협상과 조정을 수없이 했고, 여러 차례 결렬 위기도 넘겼습니다. 코리아라는 이름을 단 한국 녹차가 놓인 진열대를 봤을 때의 보람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2012년 2월 3년 간의 공사 임기를 마치고 귀국, 의정연수원 교수가 된 그는 협상과 소통, 한국 농산품 수출 등에 대해 강연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그리곤 최근 당시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담은 『비엔나 차차차』를 출간했다.

 백 교수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를 짓다가 군대를 다녀와 국회사무처 행정직4급(현 7급) 공채로 국회에서 일했다. 직장을 다니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국회 의전과장, 주미대사관 입법관, 국회행정안전위원회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국제학 석사를 취득하고, 한양대에서 국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녹차에 얽힌 일화를 책으로 엮어낸 것은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백 교수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한국 경쟁력의 저변을 마련한다”며 “2010년 론칭한 보성녹차를 마중물로 현재 독일·오스트리아 등에서 제주 설록차가 연 500kg 이상 판매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전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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