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손님 실수' 를 기대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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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32강전> ○·우광야 6단 ●·서봉수 9단

제10보(122~141)=‘수(手)를 본다’는 말은 재미있습니다. 수를 본다는 것은 없는 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있는 수를 찾는 것을 의미하지요. 인류는 아득한 원시의 시절부터 열심히 수를 찾았을 겁니다. 그래서 불을 발견했고 집을 지었고 언어를 만들었을 겁니다. 숨겨진 수를 찾는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오래된 염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광야 6단은 죽을 지경입니다. 집은 태부족인데 대마의 생사가 패에 걸려 있으니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수’가 보일 리 없습니다. 일단 122부터 패를 계속해 나가면서 ‘손님 실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바둑은 실수의 게임이고 상대는 60 노장이니 설마 한 번쯤은 기회가 있겠지요.

 서봉수 9단은 흥분 상태입니다. 수를 찾을 것도 없이 온 천지에 수가 널려 있어 이 길을 가도 되고 저 길을 가도 됩니다. 고개만 돌리면 수가 보입니다. 이 상황은 실수하기 딱 좋지요. 수 귀한 줄 모르면 수가 배반하거든요.

 125가 일단은 팻감이지요. 백이 ‘참고도1’처럼 불청하면 흑2, 4의 절단이 성립합니다. 그래서 우광야는 127을 하나 선수한 다음 128로 받았습니다. 이 수가 오면 ‘참고도2’에서 보듯 절단은 불가합니다.

 아무튼 128이 오니 중앙 쪽 흑 대마도 살짝 불안하군요. 흑은 백 대마를 살려주는 대가로 오직 중앙의 안정과 약간의 실리만 원하고 있습니다만…(129·132·135·138·141=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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