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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주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4월초의 황금주말에 환락의 인파도 많아 고궁 등에는 벚꽃뿐만 아니라 l5만 명의 상춘객들로 가득 찼었다. 반면에 각종 사방도 많이 일어나 얼룩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서울에서는 일요일 대낮에 종로 단성사 옆 취미다방에 사제폭탄을 든 한 청년이 폭탄을 던져 19명을 부상 시켰고 23개 점포를 태운 끔찍한 인질폭탄사건이 일어났고, 일요일 밤에는 시대백화점에서 불이 나 3명이 죽고 80여 만원의 피해를 본 일이 일어났었다.
영등포에서는 살인강도사건이 일어났고 영동고속도로에서는 윤화가 일어나 5명이 죽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수원에서도 자동차사고가 나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일요일 하루 동안에 환락의 인파가 붐빈데 대해 사고로 사상한 자도 많아 가히 사고의 주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봄을 맞아 해이하기 쉬운 정신상태와 딴사람은 환락으로 들끓는데 자기만 낙후된 것 같은 심리적 불안정 때문에 봄에는 정신병 환자수가 늘어나고 범죄건수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취미다방에서 있었던 10대의 난동사건은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하겠다.
범인 김은 65년에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상 중학진학을 포기하고 서울의 극장가에서 암표 상을 해왔다 한다. 한창 꿈 많은 나이에 직장도 없이 「아베크」들에게 암표나 팔면서 세상을 저주했을 그의 심경은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세상이 살기 싫다고 소동을 일으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우한 청소년들은 세상에 부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폭력적으로 개혁하려고 하지 말고 세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당국도 이들 청소년들의 선도와 보호에 얼마만한 심혈을 기울였는지 자생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당국은 미 진학 아동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일이 있는지 다시 한번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학교 미 진학 자와 고등학교 미 진학 자며 대학교 미 진학 자 들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요망된다. 한국방송통신대학의 지원상황을 볼 때 중·고 방송통신교육도 또한 절실히 요망된다고 하겠다. 정부의 청소년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청소년백서하나 발표하지 않는 무성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거니와 정부는 청소년선도를 위한 청소년백서를 만들어 좀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인명에 대한 외경심을 치안당국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가도 문제이다. 3시10분 사건발생에서 4시10분 최루탄을 발사할 때까지 경찰의 설득작업은 어느 정도였으며 「피카디리」 극장과 단성사등 극장가 주변에서의 범인검거작전이 가져올 혼란상 등을 미리 감안했었는지 의심스럽다.
범인이 TNT사제폭탄을 던져 터뜨렸기에 부득이 강제검거에 들어간 것이기는 하지만, 좀 더 설득작업을 오래 계속했더라면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요, 극장 관람객들도 덜 놀랐을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웃 일본에서의 적군 파 검거 때 보여준 경찰의 신중성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작전은 지나치게 조급한 검거작전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또 TNT 등 폭발물관리도 좀더 철저하게 할 수 없었을 것인가 의아스럽다. 지난번 낙동대교 앞에서의 고속 「버스」 폭발사고도 폭발물에 의한 사고임이 드러났는데 그 폭발물의 입수경위와 범인검거가 아직도 오리무중이라고 하니 폭발물관리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하겠다.
고속도로에서의 안전관리도 문제되고 있다. 8일 밤 영동고속도로에서 일어났던 「버스」사고는 「트럭」이 주행선에서 빵꾸 고장을 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고장수리를 위한 전용도로를 만들지 않았거나 그것을 무시한 결과라고 하겠다. 박 대통령의 지시와 같이 고속도로 당국은 교통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 분석하여 귀중한 인명피해를 줄이도록 최대의 노력을 하여야만 할 것이다.
4월 중순이후 5월까지는 여행과 환락 「레저」의 시기이다. 정부는 이기간 중에 일어날 사고의 보다 철저한 예방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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