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톡옵션, 경영보상-주주이익 잇는 다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공적자금을 받은 한 은행이 임원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스톡옵션을 주었다가 논란이 일자 되물리는 해프닝이 있었다.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를 일치시켜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기여한다는 스톡옵션이 국내에 도입된 건 불과 8년 전. 얼마의 스톡옵션을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주는 것이 글로벌 기준이고 경영 최적화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본다.

2004년 말 현재 상장기업 중 스톡옵션 부여근거를 정관에 두고 있는 기업비율은 74%이고 실제로 스톡옵션을 부여한 기업비율은 26%에 이른다.

1997년에 처음 도입된 스톡옵션제도는,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톡옵션이 또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기되는 문제들을 보면, 스톡옵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스톡옵션에 대한 이해부족 그리고 설계와 운영상의 문제다. 스톡옵션제도가 한국경제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숙이 필요하다. 질적 성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톡옵션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핵심요인들이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스톡옵션을 성공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톡옵션의 도입목적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도입목적이 명확해야 일관성 있는 스톡옵션의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축설계사가 집을 설계할 경우에도 외적인 아름다움을 주목적으로 한다면 건물의 견고성이나 편리성은 희생될 수도 있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기둥의 수나 규모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스톡옵션을 도입하는 주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구체적인 설계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미국의 예를 들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열거하고 있는 목적은 '핵심적 경영자와 임직원의 이탈 방지'다. 그 다음이 '경영자와 주주 간의 이해상충 방지'다. (스톡옵션을 통해 주가상승이라는 주주의 이익이 경영자 개인의 이익과 일치하게 된다.) 그 밖에 과거 성과에 대한 보상, 종업원의 주인의식 제고 그리고 경쟁사의 스톡옵션제도 활용에 대한 단순한 모방 등이 언급되고 있다.

둘째, 스톡옵션의 설계에 앞서 경영자 보상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틀이 설정되어야 한다. 총 얼마만큼을 보상으로 제공할 것인가, 어떠한 형태로 줄 것인가, 얼마만큼을 성과급으로 줄 것인가, 성과급의 기준으로 무엇을 이용할 것인가, 얼마만큼을 스톡옵션으로 줄 것인가 등이 결정되어야 한다. 스톡옵션이란, 경영자 보상이란 나무에 소속된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다. 스톡옵션이란 가지를 보기에 앞서 먼저 경영자 보상이란 나무를 보아야 한다. 또한 이 나무에 속해 있는 다른 줄기들 즉 다른 성과연계 보상방법도 스톡옵션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다른 성과연계 보상 중에는 단순한 주식공여 그리고 일정한 경영성과를 달성하였을 때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제한적'주식공여 등이 있다.)

셋째, 스톡옵션은 경영자의 성과와 밀접히 연결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경영자의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한 주가상승분의 향유는 배제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행사가격을 업종지수나 종합주가지수 등에 연동시키는 지수연동 스톡옵션(indexed stock option)이다. 지수연동 스톡옵션에서는 행사가격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한다. 주가가 상승하였을 때, 단순히 관련 산업이 호황이거나 경제여건이 호전되어 상승한 부분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특정 기업 주가의 변화 분(예: 100%) 중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업종지수 상승분(예: 60%)을 초과하는 부분(예: 40%)만이 경영자의 능력을 반영한다는 것이 지수연동 스톡옵션의 기본논리다.

실제로는 지수변동 전체를 경영자의 성과에서 감하는 식으로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지수변동의 일정부분만을 행사가격 변화에 감안하는 지수연동 할인스톡옵션(discounted indexed stock option)이 주로 활용된다. 지수변동의 일정부분만을 행사가격 변동에 반영시킴으로써 스톡옵션의 인센티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지수연동 할인옵션의 활용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LG그룹도 종합주가지수에 연동된 스톡옵션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째,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효력발생조건이란, 스톡옵션 행사 가능 시점까지 소용되는 기간 등 스톡옵션의 행사가 가능해지기 위한 조건을 의미한다.

일시효력발생(cliff vesting)은 부여된 스톡옵션이 특정 시점에서 일시에 모두 행사가능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활용되나 미국의 경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고정비율 효력발생(straight vesting)이란 특정 시점에 시작하여 일정기간 일정비율로 행사가 가능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4년간에 걸쳐 매년 부여된 옵션의 25%씩 균등하게 행사하는 경우다. 변동비율 효력발생(variable vesting)이란 특정 시점에서 시작하여 일정기간 행사가능하되 행사가능한 스톡옵션 비율이 연도별로 상이한 경우다. 예를 들어 4년간에 걸쳐 행사가능하되 1년차에 10%, 2년차에 20%, 3년차에 30%, 4년차에 40% 행사가능한 경우다. 성과연계 효력발생(performance vesting)이란 목표주가, ROE, 매출액 등 특정한 성과를 달성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하도록 효력발생조건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스톡옵션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효력발생조건이라고 판단된다.

스톡옵션은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주식문화(equity culture)'를 실천하는 수단으로서 주주와 경영자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다. 스톡옵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스톡옵션 설계의 전문성과 객관성 확보는 스톡옵션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인 중의 하나다. 스톡옵션이란 '칼'이 주주의 이익을 위협하는 무기로 사용되느냐 아니면 주주를 살찌우는 훌륭한 요리기구로 활용되느냐 하는 문제는 투명하고 전문적인 스톡옵션의 설계 여부에 달려있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