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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성판악∼백록담 간에 차도 개설 계획 "천연림 망칠 우려" 학계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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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주=신상범 기자】제주도와 건설부는 한라산 관광객 유치를 노려 제주∼서귀포간 횡단도로의 중간에 있는 성판악에서 왕관릉을 거쳐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이르는 「코스」에 자동차 도로를 개설할 계획을 추진하고있어 원시림을 보호하자는 학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당국의 도로개설 계획은 오래 전부터 추진되어 곧 공사에 착수할 단계에 이르고 있는데 국내 식물학계는 한라산 원시림 가운데 가장 임상의 계층별구조가 확실한 이 「코스」에 길을 내는 것은 한라산을 망치는 것이라고 주장, 어떤 목적으로도 천연림을 파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경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이 관광도로 개설계획은 이승택 제주도 지사가 연초 건설부에 건의, 건설부 기술진이 현지 답사를 통해 성판악(해발 7백 50m)∼왕관릉(해발 1천7백m)∼백록담(해발1천9백m)의「코스」에 폭 7m, 총 연장 10km의 길을 내도록 결정, 제주도 관광계획안에 2억원의 공사비를 계상하고 있다.
건설부는 폭 7m중 6m를 포장, 관광객이 자동차에 앉아서 한라산의 원시림을 구경하며 왕관릉에서 백록담까지 3km만은 포장을 않기로 계획하고 있다.
정부당국의 이 같은 도로 개발계획이 알려지자 한라산의 식물 분포에 대해 가장 깊이 연구하고있는 부종휴씨는 『한라산 원시림 가운데서도 임상의 계층별 구조가 가장 뚜렷하여 대표적인 원시림을 형성, 소나무, 물참나무, 꽝꽝나무를 비롯 세계적으로 귀한 구상나무 등 6백여 종이 분포되어있는 이 지대에 길을 뚫어 임상을 망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대학교 현신규 농학박사는 길이 나면 『생태체계가 깨져 상상할 수 없이 광범위하게 자연이 파괴될 것이 염려된다』고 걱정하고 천연림을 찾아내어 보호하는 것은 세계적인 과제로 FAO나 태평양 과학자 대회에서 크게 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길을 내겠다니 한심한 일이라고 분개했다. 또 한양대학교 강병기 교수는 일본 「후지」산에 길을 낸 뒤 원시림이 모두 고사, 큰 논란이 벌어졌던 일을 지적하고 도로개설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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