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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불량 만화| 민호식 <서울 남대문 국민학교 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열두살짜리 6학년 학생이 공상 만화를 보고 이를 재현하다가 영영 목숨을 잃고만 끔찍한 사건이 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 기사를 읽는 이마다 혀를 내차며 안타까워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게다. 어린이가 만화를 좋아하는 것은 성인들이 영화나 오락을 즐기는 정도와 비교할 수 없다. 감수성 빠르고 새로운 것에 눈뜨는 어린이들이 호기심과 괴이한 마력에 사로 잡혀 드디어는 이에 도취되고 무아지경에 이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다만 보호자들의 보살핌이 알뜰하지 못해 분별없는 어린 심성이 어떤 불만스러운 현실을 만화의 주인공처럼 불가능이 없는 공상의 세계에서 만족시키려는 의욕이 가져온 비극임을 절감한다. 교육적으로 효과적일 때도 있다. 학업에 흥미를 잃은 아동에게 좋은 만화를 읽혀 독서 의욕 내지는 학습 의욕을 불어 넣어주는 수단으로 교량적 역할을 담당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만화 중에는 동심을 터무니없이 멍들게 하고 가장 순진해야할 어린이에게 무분별한 꿈과 기대와 나아가서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범죄 수법이나 불량 행위를 익혀 가는 이른바 「불량 만화」가 마구 쏟아지는 것이 문제된다. 더구나 입시 지옥에서 해방된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학습 의욕이 게을러지는 것이 하나의 사회 문제로 번져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불량 만화의 범람은 오래 전부터 교육자들의 골칫거리가 되어온 것이다.
불량 만화의 해독은 인식된지 이미 오래이다. 따라서 「한국 도서 잡지 윤리 위원회」의 성의 있는 심의도 문제려니와 위원회의 권한도 가일층 확대 강화되어 마구 날뛰는 「불량 만화」의 해독 요소를 과감히 제거할 수 있도록 강력한 행정적 뒷받침이 가해져야 될 줄로 안다. 사후 약방문 격으로 어린 생명을 앗아간 후에야 대거 단속에 나서고 있음이 매우 유감스러운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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