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지만 … 고독 그 자체는 여전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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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은 그간 쌓인 60여 곡 중 추리고 추려서 10곡을 새 앨범에 담았다.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작업 과정이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사진 뮤직팜]

“곡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전엔 통속적인 사랑 노래를 만든다는 게 모토였는데, 이번엔 조금이라도 상투적인 느낌이 나면 버렸어요.”

 싱어송라이터 이적(39)이 3년 만에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로 돌아온다. 이적은 앨범 발매를 이틀 앞둔 13일 서울 반포동 한 카페에서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불혹의 뮤지션이 들려주는 사랑과 고독의 이야기에선 성숙한 내음이 풍겨나는 동시에 다시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 듯한 묘한 느낌이 흘러나왔다.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여기 서 있으라고 했잖아/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버림 받은 아이의 이미지가 담긴 타이틀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적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살아있는 간결한 곡이다.

 “우리 어렸을 땐 엄마가 좋은 옷 입히고 솜사탕 하나 들려 어린이대공원 같은 곳에서 아이를 버리는 사건이 많았잖아요. 철석같이 믿었는데 결국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이의 절망과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에게 버려진 느낌이 통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숨바꼭질’이란 곡에서도 놀이터에서 술래가 되었는데 아무도 찾을 수 없고 혼자 남은 아이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록 비트가 오히려 기묘한 슬픔을 자아낸다.

 “인생이 좀 고독하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된 것 같아요. 어릴 때 고독하다고 하면 여자친구가 없어서 그렇다, 결혼해라, 애 낳아라 할 텐데 지금 하는 고독 이야기는 좀 다르게 들릴 것 같아요.”

 그는 “가정생활은 행복합니다”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행복과 관계 없이 인간이 본질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음악으로 풀어낸 것이다.

 하지만 앨범 전체가 가라앉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듀엣 카니발과 패닉, 그리고 솔로를 거쳐온 그의 오랜 여정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얼굴에 새로운 시도도 담았다. 대표적으로 타이거JK가 랩 파트를 맡아준 ‘사랑이 뭐길래’. 높은 톤으로 “사랑이 뭐길래”라고 기계음으로 비틀어 반복해 부르는 부분에선 제법 유머가 넘친다.

 “저는 데뷔할 때부터 트렌디한 음악을 만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이 곡은 지금의 음악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해본 겁니다. 이런 곡을 만든다고 하니 싸이가 자길 달라고 하더라고요. 제 코가 석자라, 하하.”

 앨범 출시에 앞서 공개한 ‘비포 선라이즈’는 가수 정인과 함께 부른 듀엣곡으로 거칠게 파도를 치며 집어 삼키는 듯 폭풍 같은 슬픔이 전해진다. 해석하기 따라 선을 넘을 듯 말 듯하는 가사는 일종의 반전이다.

 ‘우린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보송보송한 듀엣 말고 다른 걸 하고 싶었어요. ‘그대 안의 블루’처럼 노래방에서 남녀가 부르긴 어려울 거예요. 오해 받기 십상이죠. 그래도 가사의 폭은 점점 더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경희 기자 dungl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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