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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 수학B·영어B형 어려워 상위권 변별력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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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시모집에서 상위권 수험생은 하향·안정 지원보다는 소신지원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2014학년도 정시모집 경향을 이렇게 예상하는 입시 전문가가 많다. 올해 수능 수학 B형과 영어 B형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상위권 학생 사이에 변별력이 뚜렷해 졌기 때문이다. 수능이 너무 쉬워 상위권 학생간 점수 차가 작으면 불안 심리가 강해져 하향·안정 지원 경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올해처럼 변별력이 확보되면 소신 지원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수능 100% 전형이 늘어나는 등 올해 정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변화다. 올해 정시모집의 변수를 짚어봤다.

 정시모집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서울대가 대표적이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1·2단계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1단계는 수능 성적만으로 모집단위별 2배수를 먼저 뽑는다. 여기까지는 지난해와 같다. 하지만 2단계가 바뀌었다. 지난해엔 ‘수능 30%+학생부 40%+대학별고사 30%(인문계: 논술, 경영대·자연계: 구술면접)’를 적용했었다. 올해는 수능성적 반영비율이 30%에서 60%로 늘고 학생부 비율은 40%에서 10%로 줄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학생부를 10%만 보겠다는 것은 내신 성적을 거의 안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수능에 강한 특목고생과 재수생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만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수능 100%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정시모집에서 수능 100%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 수는 인문계열은 97곳에서 107곳으로, 자연계열은 98곳에서 111곳으로 늘었다. 특히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 등 상위권 대학은 정시 수능 100% 전형 선발비율이 80%에 달한다.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11개 대학은 올해 정시에서 총 1만514명(수시모집 이월 인원 미포함)을 뽑는데 이 가운데 8000여 명이 수능 100% 전형이다.

 현재 고2가 치르는 2015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모집 선발인원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소신 지원하는 경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이사는 “내년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각 대학은 우수학생 선발을 위해 수시모집을 줄이고 정시모집을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A·B형이 폐지되는 것도 변수다. 이 이사는 “올해 A·B형 수능에서 수험생이 가장 혼란스러워한 게 영어였다”며 “영어가 과거 수능과 같은 형태가 되면 입시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수를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소신지원 수험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의·치의예과 선발인원이 2015학년도에 크게 늘어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상당수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을 의과대로 전환하면서 의·치의예과 학과 모집인원이 증가한다. 올해와 내년 선발인원을 비교하면 의예과는 1538명에서 2255명으로, 치의예과는 232명에서 414명으로 늘어난다. 한의예과는 변화가 없다. 이영덕 소장은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려 올해 의대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 중 상당수는 내년에 정원이 더 는다는 것을 알고 적극 소신·상향 지원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는 군별 지원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정시모집은 가·나·다군으로 나뉜다.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회장)는 “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몰려 있는 가·나군 중 한 곳에선 확실히 합격할 수 있는 곳을 고르고 다른 한 곳은 소신·상향 지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합격 예측에는 온라인 모의지원이 유용하다. 대부분 입시기관들이 이번 주부터 정시모집 온라인 모의지원과 합격예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종서 이사는 “12월 19~24일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 직전까지 모의지원 경쟁률의 변화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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