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 공동성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의 「닉슨」대통령과 일본의 좌등 수상은 2차에 걸친 정상회담을 끝내고 8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양국이「오끼나와」대 일 반환일자를 확정했으며, 미·일 양국 수도간에 비상직통전화를 설치하는데 합의했고, 또 백악관 부대변인의 설명에 의하면 「오끼나와」가 일본에 반환되는 즉시, 미국은 이곳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한다.
고별 회담 후「닉슨」대통령은 『미·일 양국간에는 자연적인 상호의존 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태평양 국가이며, 세계평화를 위해 태평양의 평화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닉슨」대통령의 중공 방문을 앞두고 행해진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간의 관계를 비롯하여 양국이 공통적인 관심을 갖는 제반 국제 문제에 관해 광범위한 의견을 교환하고 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일본측 요청에 따라 정치적 양보를 하는 댓가로 요구했던 포상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이 없고, 또 한국이나 대만의 안보문제에 관해서도 전적으로「노·터치」한 것을 보면 미·일 양국 정부 수반들 사이에선 이들 문제에 관해서 견해의 일치를 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짐작된다.
회담 후 기자회견 석상에서 좌등 수상은 『69년의 극동사태와 현재의 극동정세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시인하여, 미·일 양국은 극동정세 완화를 조장하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그는 미·일 수뇌간에 한국과 대만의 안전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어떤 변질이 있었음을 시사하면서도 8일 현지에서 복전 외상이 부연 설명한 것과 같이『한국과 대만이 미·일 안보체제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고, 『이 두 나라가 일본의 안전에 있어 중요하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또 『이웃집에 불이 나면, 일본은 그 불똥이 튀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고 그 불을 끄러 가지는 않겠지만「오끼나와」나 일본에 있는 미군이 친구를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처지에서, 일본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함은 물론, 한국이나 대만의 불을 끄러갈 것』이라고도 언명했다.
또 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 문제를「닉슨」대통령과 논의했다고 밝히고, 『주한「유엔」군 문제도 멀지 않아 예산이 생길 터이니 한국은 안심할 것이라고 우선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우리정부는 일본에 대해 『「달러」평가의 절하, 「엥」화의 절상 조정 등으로 한국은 이를테면「더블·펀치」를 받고 있는 것과 같다』는 고충을 털어놓고, 주한「유엔」군의 철수 문제가 한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다루어지기를 원한다고 부탁한바 있었는데 상기 좌등 언명은 아마도 이번 회담에서 일본측이 이러한 한국의 처지를 존중토록 역설하였으리 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미·일 정상 회담 후 발표된 「코뮤니케」가 69년의 미·일 공동 성명과는 달리 한국문제와 극동 안보문제 등에 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매우 섭섭한 일이다. 이것은 미·일 양국이 대 중공 관계를 개선하는데 급급하여 그것을 위해 하나의 골칫거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이나 대만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을 의식적으로 기피하였거나, 아니면 토론은 해보았지만,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을 의식하고서 어떤 발표도 삼갔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한국 문제를 다루는데 당사국인 한국은 제외하고, 미·일 수뇌자만이 회합해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하는 것은 앞으로「닉슨」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해서 협상을 벌일 때 한국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한국의 장차 운명에 대해서 중대한 영향을 주는 토론이나 흥정이 벌어질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점에서, 우리는 새삼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면서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간의 자의적 흥정으로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하루속히 자주·자립·자위의 결의와 태세를 확립하는데 노력할 것을 거듭 강조하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