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너는
우주가 하나로 집중할 때
비로소 열리는 눈이다
보석처럼 견고한 고독의 사슬로 일체의 빛을 묶어
흔드는 손이다
온 생을 한 가닥 활줄에 걸어
죽음을 겨냥하는 사수의
한 치의 흐트림도 거부하는
엄격한 포즈.
중심을 깨뜨리는
모순의 얼굴이다
날카로운 혼란의 춤, 꽃이여
Ⅱ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고 나면
잡힌 것은 애매한 그림자다
돌아서면
슬픈 몸짓으로 다가오다가
손을 주면 이내 사라지고
잡는 방법을 전혀 포기할 때
남 몰래 내 안에
깃을 치는
너는 한 오리 율동이다
내 어린 시혼의
현을 퉁기는
Ⅲ
한밤중 머언 하늘 끝에서
우주의 비밀처럼 빛나는
별이 떨어질 때
가장 신비한 모습으로 피어나서
아름다운 소멸을
배웅한다
스스로의 무게로
가지를 떠난 열매가
한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 때
가슴을 드러내어
완성의 형식을
부여한다
눈부신 빛의 뒤에 숨어서
온갖 빛 나는 것들을 도려내는
어둠처럼
끊임없이 떨어지는 것들 속에서
하강의 질서를 다스리는 것은
꽃이여 너의 눈짓이다.
<입선 소감>별과 만날 희망 안 버리고|내일 위해 헌 그물을 꿰매며…
테두리 밖에서 서성거리며 남몰래 그물을 던져 보지만, 걸리는 것은 초라한 내 정신의 비늘조각이다. 어쩌면 정확하게 겨냥을 해도 가늠쇠 위에서 꽃은 이미 나를 거절하고 있다.
『시는 천사를 이별하고 악마와 속삭이는 것』이라던 H형의 말을 왜 나는 반박하여 주지 못했을까? 어떻게 표현하든 그것은 당신의 언어밖에 있다고.
하지만, 내가 지금 바라보는 저 수많은 별들이 이미 옛날에 그 자리를 떠나간 것이더라도, 언젠가는 나의 눈이 아주 정확하게 어느 별의 시선과 만나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버리고싶지 않다. 「판도라」상자의 마지막 선물마저 거부할 용기는 사람에게 주어져 있지 않을 테니까.
내일 아침 또 하나의 허무를 낚기 위하여 상한 그물을 다시 꿰매야겠다. 신문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와 새해 인사를 드린다.입선>
<약력>
▲1945년 서울 출생 ▲1964년 서울 사대부고 졸 ▲l968년 서강 대학 독문학과 졸 ▲1970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 문예 시 당선 ▲현재 763-21 공군 제5692부대 작전부 중위.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