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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불법선거운동 전공노 명단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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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검찰이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홈페이지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전공노는 지난해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의혹으로 고발된 상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황현덕)는 8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카페24호스팅센터에 수사관 등 7명을 보내 전공노 홈페이지 접속 기록과 게시글 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자유청년연합 등 단체는 전공노와 김중남 위원장을 공직선거법·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전공노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국민후보 문재인을 지지합니다’ ‘기호 2번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등의 글을 올려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의 경우 공소시효(3개월)가 이미 만료됐기 때문에 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서버 분석 이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관련인을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건 수사를 통해 (영장을 발부할 만한) 최소한의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공무원법 65조엔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는 대선 관련 글을 올린 노조원들이 당시 현직에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홈페이지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게시글을 올린 노조원이 당시 현직에 있었다면 공무원법 적용이 가능하지만 해고자 신분이었다면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공노엔 총 135명의 해고자가 가입돼 있다.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집행부 중에도 해고자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고발된 김중남 위원장은 대선 이후인 올 1월 강릉시로부터 해임됐다.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기소했기 때문에 이번 수사도 강도 높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적 차원에서 현직 노조원과 해고자가 같이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엔 공범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직적이고 본격적인 선거 개입 행위로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2009년 10월 법외노조가 된 이후 올 3월까지 3차례 노조 설립을 신고했으나 고용노동부에 의해 반려됐다. 해고자를 조합원에 포함하는 규약이 공무원노조법에 저촉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용천 전공노 대변인은 “이번 압수수색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뤄진 것으로 본다”며 “현재 고발건에 대해선 협조할 수 있지만 향후 사무실 압수수색 등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수사가 확대된다면 협조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전공노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게시글 외에도 홈페이지 전체 접속 기록 등을 조사하는 등 전공노 전체에 수사의 칼날이 겨눠졌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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