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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외교의 주역 30개월|귀국 앞둔 주월군 부사령관 이건영 소장 막후비밀|본사 신상갑 특파원 단독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파월근무 30개월만에 개선하는 이건영 주월 한국군 부사령관(46)은 12일의 귀국을 앞두고 잔무처리에 바빴다.
1일 하오3시 본특파원은 이 장군 집무실에서 약 1시간에 걸쳐 주월군 행정담당사령관으로서 5만 주월군의 행정적인 온갖 뒷바라지를 위해 많은 난관을 무릅쓰고 이세호 주월사령관을 보좌, 군사외교의 주역을 무난히 치른 이 소장의 막후비화의 일부를 들어보았다.
▲월남에 부임한 날짜는?
-69년 6월22일 전투가 치열하던 월남에 발을 디뎠다.
그로부터 4개월도 미처 못되어 이제 월남전의 성격을 어렴풋이 짐작했을까 말까했을 때인 69년 10월14일 저 악명 높은 「린선」사 승려 학살사건이 터졌다.
▲가장 괴로웠을 땐?
-이 학살사건이 발생해서 월남여론이 들끓었을 때였다.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승려4명을 학살했을 때 유일한 생존자인「훤·디·엿」(71)이라는 노여승이 범인은 한국군 같다고 떠들어대서 월남내 여론이 한국군에 불리하게 기울어졌을 땐 참 기가 막혔다.
한·월 합동조사로 한국군인의 범행이 아님이 입증됐는데도 그 고장출신 야당의원「히우」의 선동으로 한국군을 규탄하는 원성이 높아졌을 때는 마음속을 뒤집어 보일 수도 없어 몹시 안타까왔다.
이것이 사건발생 2년만인 71년 11월29일 월남정부에 의해 「베트콩」의 소행임이 밝혀져 한국군이 억울한 누명을 벗고 제1진이 개선길에 오르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 장군은 이 문제를 놓고 「히우」와 장장 8시간 동안 설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적은 「티우」대통령의 고향이며 청룡부대가 「캄탄」만에 상륙, 첫 전투를 승리로 이끈 지역을 교묘히 승려살해 범행지역으로 선정, 한·월 두 나라를 이간질하려했다.
내가 가장 골치를 썩인 이 사건이 사필귀정으로 바로잡히고 청룡이 개선하는 것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귀국하게되니 이제 만감이 오고간다.
▲재임 중 제일 마음이 비통에 빠졌을 때는 언제?
-내가 본국에 가서 장군진급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바 있는 69년도 심사에 통과, 준장으로 진급키로 결정된 주월군 군수참모 고 김정환 준장, 작전참모 고 김강섭 준장이 69년 11월11일 하오1시 예하부대 방문 중 「퀴논」에서 U-21기 추락으로 전사한 사건은 두고두고 잊을수 없는 가슴을 에는 듯한 참사였다.
같은 기에 탔다 역시 희생된 부관참모 안도열 준장(추서)외 4명의 장교들의 명복을 빌고 싶다.
▲참으로 보람을 느낀 것은?
-69년 8월12일의 제2차 미군표가 개혁됐을 때였다.
이때 비로소 「쿠폰」이라는 한국군의 독자적인 구매권 제도가 마련되었으며 이는 장병들의 정신적 자세를 현저히 향상시키는 이정표구실을 했다. 당시 미군당국과 이 문제를 놓고 담판하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그때 「쿠폰」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더라면 주월군은 재정면에서 큰 시련을 겪을 뻔했다.
이 장군은 군사외교 말고도 재월 한국민간인의 권익을 옹호하는데도 많이 기여했다.
지난 5, 6월 월남 제2의 도시 「다낭」에서 폭력배가 들끓어 한국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보았을 때 그는 월남경찰총감「퐁」소장(당시)을 움직여 「다낭」경찰국으로 하여금 강력단속반을 투입, 사태를 수습케 하는데 일역을 했다.
▲제일 고달팠을 땐?
-연회에 참가하는 것만큼 귀찮은 게 없었다.
허구한 날 미월과의 까다로운 군사외교를 위해 연회에 참가하고 연회를 주최하여 술을 의무적으로 마셔야하니 여간 신경이 피곤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고충도 모르고 서울에 있는 국민교생인 막내동이가 아버지는 월남가서「베트공」은 잡지 않고 밤낮 사람들과 식사하는 사진만 찍어보내느냐고 핀잔을 주어서 속으로 고소를 금치 못했다.
「크메르」(캄보디아)군 장교 30명에게 지난 7월부터 한국 태권도교육을 시켜 한·「크메르」친선강화의 길을 튼 공로는 뭐니 해도 이 장군의 공로로 돌려야할 것 같다.
▲기분이 울적할 땐?
-무엇보다 전사자가 생겼다는 보고를 부하로부터 받았을 때.
그는 귀국인사차 월남지도자들과 만났을 때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부탁은 한국군이 월남이 좀더 안정될 때까지 월남에 있어달라는 것이었다고 귀띔했다.
가족관계는 연만하신 부모님 및 부인과 2남2녀. 대학에서 국민학교까지 줄이어 있다했다. 취미는 낚시.
강원도 영월태생인 이 장군의 군대경력은 국군창군햇수와 같은 만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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