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수능 난이도 어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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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첫 수준별 시험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예고한 것처럼 A형에 비해 B형은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았다. 국어에선 A·B형 모두 같은 지문(‘상춘곡’, 38~40번)이 나왔지만 A형은 현대어로, B형은 고어로 표기했다. 수학은 동일한 문제(수학 A형 10번, B형 25번)를 A형은 객관식, B형은 주관식으로 냈다.

　지난해까지 계열·수준별 구분 없이 모든 수험생이 치르던 영어도 난이도에 따라 A·B형으로 나눠졌다. 상위권 수험생에겐 영어 B형이 수시모집 당락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대학 대다수가 요구하는 B형 응시자는 44만2257명으로 지난해 영어 전체 응시자(66만2069명)의 66.8%에 그친다. 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의 채용석 배문고 교사는 “B형 응시자가 3분의 2로 줄면서 1등급 인원도 그만큼 준다. 게다가 중하위권 학생이 A형으로 이동하면 B형을 보는 학생은 그만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에겐 수학도 변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학 B형이 어렵게 나와 이과 상위권 당락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어=교사·전문가는 국어 A·B형 모두 지난해 수능 언어영역보다 어려운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수능 언어는 만점자 비율이 2%를 넘어 “지나치게 쉬웠다”는 평이 나왔다. 9월 치른 모의평가와 비교해 대체로 비슷한 수준으로 봤다. 김인봉 잠실여고 교사는 “A·B형이 처음 도입된 만큼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반적으로 9월과 유사하게 출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진 동대부고 교사는 “올해 국어 A형은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나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고난도 문제가 2~3개 있었다”고 말했다. CD드라이브에 대한 지문을 제시한 30번 문제가 가장 까다로운 문제로 꼽혔다. 조영혜 서울국제고 교사는 “B형에선 지구 자전과 전향력에 관한 지문을 제시한 27번이 문제풀이에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학=문과생이 주로 본 수학 A형은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곽정원 불곡고 교사는 “A형에선 2, 3점짜리 문항이 쉽게 출제돼 중하위권을 배려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과생이 많이 치르는 B형은 9월보다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B형은 2, 3점짜리 문제에서 풀이 시간이 평소보다 더 오래 걸린 듯하다”며 “특히 마지막 두 문항은 1등급 여부를 가리는 어려운 문항”이라고 분석했다. 재수생 조원우(19)씨는 “벡터와 미적분에 대한 4점짜리 주관식 문제가 특히 어려웠다”고 했다.

　 올해 수능 수학에선 하나의 상황에 대해 2개 문항을 출제하는 ‘세트형 문항’이 새롭게 출제됐다. A형에선 각각 수열의 합, 순서쌍의 개수를 구하는 13번과 14번, B형에선 회전체 부피와 회전 변화에서 삼각함수 값을 묻는 13번과 14번이 연결됐다.

　◆영어=영어 A형은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쉽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길 찾기, 컴퓨터 관리, 도서 환불처럼 실생활에 관련된 문제로 쉽게 풀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B형은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수생 박지수(19·여)씨는 “영어 듣기가 전반적으로 어려웠고 빈칸 추론 문제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빈칸을 추론하는 문제 6개 중 넷(33~36번)이 EBS와 연계되지 않은 문제”라며 “중위권 학생에겐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천인성·구혜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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