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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타의출마」불가피 미 민주대통령후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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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는 72년의 대통령선거후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케네디」 형제의 유일한 생존자 「에드워드·케네디」 상원의원이 되풀이하는 이 같은 성명에도 불구하고 특출한 후보 없이 난립상태를 빚고 있는 미 민주당의 사정으로 「케네디」는 자의에 반하여 입후보해야할 숙명적 처지에 놓여있는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평론가 「스튜어트·올솝」씨는 「케네디」가 숙명적으로 입후보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편집자주>
「케네디」 의원의 측근자들에 의하면 「케네디」 의원은 72년의 대통령입후보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90%까진 마음먹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 자신의 입장을 마음대로밀고 나갈 수 있는 처지에 놓여있지 않다. 그의 운명은 자신에 의해서 뿐 아니라 내년 봄부터 시작되는 대통령예비선거와 여론조사의 결과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 상황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뉴햄프셔」 주의 예선에서 「에드먼드·머스키」상원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이기게된다,「헨리·잭슨」상원의원도 「풀로리다」 주 예선에서 큰 표차 없이 승리한다, 「조지·맥거번」 상원의원은 「위스콘신」주 예선에서 단순 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은 전 예선을 통해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지명대회는 선두정자 「머스키」 마저 별로 우세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을 열게될 것이다. 그렇다고 선두주자로서 그를 대신하게될 딴 예선승자도 없게될 것이다. 여기에다 「리처드·닉슨」을 패배시킬 수 있는 승산이 가장 큰 사람이 다름 아닌 「에드워드·케네디」라고 여론조사에서 밝혀졌다고 생각해보자.
이러한 추세는 벌써부터 나타나고있지만…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민주당전국위원장인 「로렌스·오브라이언」이 당내의향을 타진해본 후 1차 투표에서 「케네디」의 지명확정을 약속하게 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전당대회에서 「케네디」에게 몰표가 쏟아져 들것인지? 이런 의문에는 확답할 김이 없지만 「케네디」는 당의 지명을 추대 받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케네디」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반대로 수월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그는 출마에 동의할 것이다.
정치문제에 관한 한 「케네디」가 사람들은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있다. 내년 선거에 「케네디」가 출마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보아 분명히 잘 하는 일일 것이다.
「케네디」로서는 72년 선거를 그냥 넘기는 것도 꽤 적절한 방책일수도 있다. 실제적인 정치적 계산을 해보아도 내년만은 「케네디」가 대통령에 출마해서는 안되는 해인 것이다. 그가 내년에 입후보하게되면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게되는 것인데,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하고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일 72년에 「닉슨」대통령이 「케네디」를 결정적으로 패배시킨다면 민주당으로서는 76년에는 「케네디」를 제쳐놓고 어떤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72년에 가서도 여비서익사사건의 비극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중대하고도 추악한,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이수」로 삼게 할만큼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새로운 것이 될 것이다.
72년의 입후보는 또 그의 두 형의 명성을 이용하려한 짓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만 출마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느 대통령선거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는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72년에 「닉슨」이 승리한다면, 76년 선거에서는 대통령후보에 현직자는 없게된다.
76년이나 그 이후가 되면 여비서와의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질 것이며, 또 한때 젊은 사람의 슬프고 용서받을 만한 잘못으로 생각될 것이며 「케네디」도 중년에 접어 들게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사실, 「케네디」가 72년도의 지명을 피해야 한다고 거의 90% 확신하고있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그의 전국 순회예정을 보면 나머지 10%에서는 그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의 여지를 시사한다. 「케네디」가 대통령을 희망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당장 열 수 없는 문이라고 해서 너무 세게 닫아버리기는 싫어한다.
「케네디」 의원의 부인 「조앤」여사가 「런던」에서 『「테드」가 폭넓은 선택권을 원한다』고 말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도저히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선택」이 하나있다. 민주당이 대통령후보로 지명할 경우 이것을 거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치명적인 중병을 앓는 경우 외에는 대 정치가가 당의 대통령후보 지명을 거부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지명의 거부는 도전의 기피이며 이것은 그를 약하고 겁쟁이 정치가로 만들기 십상이다. 이것은 또 당이 진정 그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배신하는 것이 된다. 그 정당이 이 같은 배신을 용서하지도 않고 잊어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결국 「에드워드·케네디」를 지명하게 될 것이라는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민주당은 현재 전당대회 신임장위원회 위원자리로 해서 두 파로 분열돼있다.
한쪽에는 신고립주의에 흐르는 진보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은 월남전이 몰고 온 분노와 좌절감의 소산이다. 다른 한쪽에는 최근까지 민주당을 지배해온 진보주의 구파, 즉 국제주의파, 「뉴딜」 주창파, 재경지도자들이 있다. 이 양파사이의 투쟁은 이미 거칠어지고 있지만 전당대회가 개최될 때쯤이면 민주당전체를 붕괴시킬 만큼 난폭해질 가능성도 있다.
「케네디」는 그의 형 「로버트」처럼 「히피」풍의 젊은이와 보수적 노동자, 그리고 진보적 지식인과 보수적 노동지도자들을 동시에 지지세력 속에 끌어들이는 마력을 갖고 있다. 그가 중도파의 부동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머스키」보다 약세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열릴 때쯤 되면 부동표의 흡수력보다 당의 붕괴를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당 지도자들의 생각을 지배하게될 공산이 있다.
「케네디」가 현명하게도 대통령후보지명을 기피하고는 있지만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가 결국에는 그 자리에 들어앉게 될 가능성은 3대1의 비율로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대통령이 되고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통령출마를 기필코 기피해야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결국 주위환경의 압력으로 출마가 불가피해 지리라는 걸 느끼고있는 「케네디」가의 이 마지막 후계자에게 동정을 안 느끼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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