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숙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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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종철 육군참모총장은 24일 육군본부에서 열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방주체의식의 고양 ②정규전 및 비정규전대비 능력의 함양 ③물자절약과 관리 철저 ④군수동원태세의 확립 ⑤예비군의 상비군수준 전력화 ⑥지휘체제 및 기강확립 등 현재 군이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당면과제에 대해서 각급 지휘관들의 경각심을 촉구하였다한다.
이날 회의에서 특히 서 총장은 지휘체계 및 기강확립문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앞으로 인사문제와 금품거래 등 모든 부면에서 일체의 부정부패요인을 제거하고 범법자에 대해서는 지위의 고하를 부문하고 단호히 처벌함으로써 서정쇄신의 구현에 앞장서며, 각급 지휘관은 탁월한 지휘능력을 발휘하여 상명하복의 지휘체제를 강력히 확립할 것을 촉구했다고 알려짐으로써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번 주요지휘관회의는 연례적인 군 행사의 하나이긴 하지만 국내외 정세의 급격한 변동아래 우리의 국방체제가 바야흐로 일대전환기에 접어든 시기를 맞이하여 앞으로 우리 국군의 고위지휘관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뚜렷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진 것이라 하겠다.
최근 1년 동안에 밀어닥친 내외정세의 변천상황을 보면, 주한미군2만 명의 감축과 국군의 전 휴전선 방위 전담을 비롯해서 주월 국군의 단계적 철수결정, 위수령 발동 사태 등 군과 직접 연관된 극적인 일들이 수 없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남북적십자회담, 중공의 「유엔」 가입 등 문자 그대로 우리의 주변정세는 격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기에 제하여 국방의 대임을 맡고 있는 군 지휘관들의 책임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더 막중한 것이 있다. 잘 알러져 있는 바와 같이 지휘관은 군의 핵심으로서 군과 관련된 모든 사태의 성패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이며, 때문에 지휘관은 언제나 자신들에 부과된 책임과 임무의 중대성울 인식하고 스스로 덕성·지성·자질을 연마하면서 모든 처사를 공명정대히 하며, 솔선수범, 부하로부터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면서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지휘관회의에서 지시된 사항 가운데서도 국민의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육군참모총장이 서정쇄신의 일환으로 군내의 부정부패를 일소하며 군기쇄신을 다짐한 점이라 하겠다. 때를 같이 하여 최근 군에서는 사단장급 장성을 포함한 몇몇 고급지휘관들이 수뇌혐의로 구속 또는 해직된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 그 사건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대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으나 국민적 입장에서는 창군사상 보기 드문 이 사건의 귀추를 날카롭게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역 장성이 구속까지 당했다면 그 배후에는 반드시 상당한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지나, 국민으로서는 이러한 사건이 군내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장성급 지휘관까지를 포함, 군인에 대한 처우가 아직도 심히 미진한 것이 사실이요, 국가수호의 각성인 이들 조차가 흔히 생계의 위협을 느끼게 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호국의 천성으로서 규율을 생명으로 삼아야할 군인은 항상 검소와 근면, 명치와 허례허식을 배격하며, 청백한 기풍이 샘솟듯 일어나야 하는 것이 군기의 근간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국군장병 가운데 이같이 샘솟 듯한 청신한 군기가 확립되기를 바라며, 이번 사건 때문에 군의 사기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입혀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고있다.
세계적으로 용맹을 떨친 우리 국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군의 각급 지휘관이 걸머진 직위는 무겁기 이를데 없다. 지금이야말로 각급 지휘관은 그들이 가지는 모든 정성과 능력을 더한층 가다듬어 막강한 전력함양을 위해 전군일치의 정진을 하지 않으면 안될 시기임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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