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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영화천국] 그 사람 누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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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비디오로 나온 '광복절 특사'를 봤다. 설경구.차승원 등 주인공들이 야유회를 하는 장면에서 사회자로 등장한 사람이 이 영화의 감독이라던데 사실인가. 감독이 자기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 출연료는 받나.

(A) 눈도 밝으시다. 감독 맞다. 김상진 감독은 이 영화 말고 자신의 연출작인 '신라의 달밤'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설경구와 한양대 연극영화과 동기니 혹시 못다 핀 배우의 꿈? 아니다.

한 편도 빼놓지 않고 자기 영화에 나왔던 앨프리드 히치콕에게 던지는 도전장? 이것도 아니다. 화가가 그림 그리고 낙관 찍는 심정으로 나온 거라고 하더라. '이 영화를 김상진 감독의 영화로 임명합니다~'인 것이다.

출연료는 안 받았다. 흥행이 어찌 될지 모르는데 돈부터 챙기겠나. 돈독 오른 놈으로 찍혀 향후 충무로 생활이 힘들어질 텐데? 그렇다면 감독이 남의 영화에 출연하면 출연료를 받을까 안 받을까.

지난해 '도둑맞곤 못 살아'(감독 임경수)에 박상면의 회사 동료로 나왔던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은 출연료는커녕 시나리오 각색까지 무료 봉사했다. 임감독과 절친한 사이였던 게 죄라면 죄. 온정 넘치는 한국 사회에선 안면이 웬수다.

무보수로 뛰어주는 관계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어떤 영화는 탄생 못했을지 모른다고 하면 과장이지만 관계자를 엑스트라로 동원하는 영화가 는 건 사실이다. 시사회 때 뚜렷한 이유 없이 킥킥 웃음이 나오는 대목은 감독이나 스태프 중 누군가가 나온 거라고 보면 십중팔구 정답.

'안면이 웬수' 법칙에 의거, '노 개런티'인 데다 '항시 대기'(관계자이니 촬영하다 아쉬우면 얼른 불러올 수 있다)에 '노 팁'(영화가 잘 돼도 절대로 러닝 개런티를 요구할 리 없다!)이니 캐스팅의 여신은 직업 엑스트라보다 이들에게 미소를 던질 수밖에 없다.

'클래식'에서 손예진.조승우가 귀신 나온다는 집에서 마주치는 걸인 아저씨는 이 영화의 미술감독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조승우의 목걸이를 손에 쥐고 죽어가는 전우는 연출부 막내다. 이럴 경우 캐스팅의 관건은 끗발이 아니라 화면발이라는 게 출연 경험자들의 주장이다.

보너스. 우정출연은 어떨까. 1백만원 수준의 거마비가 지급된다. 돈 대신 선물로 사례하기도 한다. '불후의 명작'에 우정출연한 신현준은 영화사로부터 2백만원 상당의 손목시계를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연인 박중훈이 낸 아이디어였다. 아마도 신현준은 그 시계를 찰 때마다 '중훈이형'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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