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제 view &

경상수지 흑자 잘 관리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

미국의 유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금융불안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 통화(브라질 헤알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인도 루피화, 터키 리라화, 남아공 랜드화)를 ‘취약 5개 통화(Fragile Five)’로 지목했다. 이 나라들이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으며 그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노력을 게을리하고, 외국인 자본유입으로 이를 충당해온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이들 신흥국은 올 상반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 표명만으로도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경상수지 적자의 위험성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사례다.

 흔히 경상수지는 개방경제의 종합성적표로 불린다. 현재 우리나라는 2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내외의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 덕분에 안전투자처로 인식돼 최근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유입됐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의 구성요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위험관리 원칙을 바탕으로 경상수지를 들여다보자.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무역 수출입 중심의 상품수지가 85% 이상을 기여한 반면 ▶해외투자 이자 ▶배당 중심의 본원소득수지 ▶운송·건설 중심의 서비스수지 기여도는 각각 10%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본원소득수지가 양호한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필리핀이다. 상품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해외투자, 필리핀은 해외진출 근로자의 소득 덕분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데다 금리도 선진국에 비해 높아 일본처럼 자국 통화를 차입해 해외에 투자하는 거래가 보편화되기 어렵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의 구매력 기준 GDP가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 중 26번째(3만1945달러)로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필리핀처럼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런 이유로 본원소득수지 개선에는 시일이 좀 걸릴 듯싶다.

 그렇다면 서비스수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운송·건설·온라인게임에서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나머지 서비스 분야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정부가 고용·산업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 육성책은 경상수지 흑자의 지속성·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정책이다. 의료·교육·법률·관광 분야에서 대외 지출을 줄이거나 소득을 창출하는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국민정서나 이들 부문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 이해관계자의 입장 차이 등으로 인해 진전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미국·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설득과 대화·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냈듯이, 서비스산업 육성책도 전체적인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한다.

 이율배반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경상수지 관리에는 흑자가 수반하는 각종 어려움을 잘 해소해나가는 과정도 포함된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직접적으로 외화가 공급되거나, 간접적으로 대외 신인도가 제고돼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들면 원화가치는 절상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요즈음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환율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그 중요성이 경시돼서는 안 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원화 절상에 따른 출혈을 감수하며 버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실이 누적되어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는 충격이 한꺼번에 가시화돼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이 경제 난국 타개를 위해 펼치고 있는 아베노믹스도 결국 엔화 약세 유지가 골간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이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품질 경쟁력 향상 ▶주력 산업의 저변 확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같은 구조적인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