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정 자세의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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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도에 따르면 15일 현재 대구지방에서는 쌀값이 가마당 1만 1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며 그밖에도 1만 원을 돌파한 지역이 일곱 군데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쌀값이 계속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실효성 있는 미가 안정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부미 방출 량은 충분하다는 소리만 거듭하고 있다.
물론 추수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있는 이때 이번 쌀값 파동은 신곡이 충분하리만큼 출 회 하기 시작하면 자연히 해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길어야 한달 이상 계속될 수는 없는 것이요, 또 그러한 성 출 회기까지는 정부 보유미의 잔 량 여하를 불구하고 이미 고삐를 풀린 쌀값이 다시 하락할 징조는 없다는 점에서 지금 오르고 있는 쌀값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해도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쌀값문제에 관한 논의는 오히려 차제에 미가정책을 비롯한 전반적인 농정의 근본문제를 철저히 반성하고, 새로운 차원의 농정체제를 수립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전제아래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
우선 농정을 운영하는 자세에 있어 걸핏하면 가격통제를 반복하고 식량부족을 외각도입으로 메워 오던 근래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근년에 고 미가정책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정부수매가격을 전년 비 몇 % 올린다는 것을 가지고 고 미가정책이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어느 수준의 가격을 보장해야 양곡자급이라는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인가를 분명히 계산하고서 고 미가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하지 않는 한, 식량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바랄 수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목 없는 정책 때문에 외 곡 도입 량이 계속 늘어나 외환 면에까지 커다란 압박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양곡수급계획작성방법을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하겠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수립 후 4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각종 농산물생산통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생산량통계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학적인 농정이 가능할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여 농산물생산통계를 바로잡는데 그리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닐텐데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농정의 자세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모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끝으로 농정의 기본을 가격정책에 두는 것이 자본 제 경제에 있어서의 본질적인「룰」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가격을 보장하고 생산증가를 유도할 수 있는 이윤「마진」을 기하는 기본정책추구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농정부재를 뜻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정부가 가격지지정책을 추구하는 수매정책을 형식상 취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성 출 회기의 가격폭락을 저지시킬 만큼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며, 그 당연한 귀결로 단 경기의 가격폭락을 막을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우리의 현황은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므로 식량소비를 가격 면에서 억제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격통제를 가해서 식량소비를 오히려 촉진시키고, 때문에 외 곡 도입을 촉진시키는 역리를 거듭하는 것은 경제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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