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2단계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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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 미국대통령은 7일 「달러」방위 및 국내 「인플레」 억제를 위한 2단계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8월15일에 선언한 90일간의 물가 및 임금 동결 등 비상조치의 시한이 오는 11월13일로 만료됨을 예상하여 취해진 그의 2단계 조치는 실질적으로는 「8·15조치」의 연장 또는 그 반복을 선언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닉슨」은 10% 부가세를 계속 적용할 것을 밝히는 동시에, 국제적인 변동환율 제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내 「인플레」 대책으로서 물가 상승률을 현재의 절반선인 2∼3% 선에서 억제하기 위해 물가위원회·임금위원회·금리 및 배당에 관한 위원회 등을 신설해서 이들로 하여금 구체적인 통제방식을 마련토록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닉슨」의 제3단계 조치는 「닉슨」의 8·15비상조치가 국제적으로 원만히 먹혀들어 가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인플레」경향도 수습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할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태환 정지와 10% 수입부가세의 징수를 선언함으로써 강세통화국의 평가절상을 강요했던 것이지만, 그로써 미국이 기대했던 것은 지난 9월중의 IMF총회에서도 결실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10%의 수입부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국내적으로도 임금·물가동결정책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며, 부두노조의 파업을 「태프트·하트리」법 발동으로 잠시 해제시키는 등 최악의 국내적 상황에 미국은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처음에 기대했던 효과가 발생되지 않고 있는 이상, 미국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이 수입부가세를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동시에 임금·물가·금리·배당 등도 계속 통제할 수밖에 없는 곤경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닉슨」의 2단계 조치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제통화질서의 회복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 하겠으며, 결국 환율의 불안정에 따른 국제무역 신장률의 둔화가 계속될 것임을 예시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국제통화질서의 회복이 선진공업국간의 이해대립으로 지연되면 될수록 국제적인 불황경향은 심화될 것이며 그 여파는 일반적으로 후진제국에 가장 심각하게 파급될 것도 분명하다.
즉 선진제국은 단계적으로 무역전쟁을 격화시킬 것이며, 이는 일반적인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므로 선진공업국을 수출시장으로 기대하던 후진제국은 감당하기 어려운 외환「쇼크」를 입을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미·일 시장에 총 수출의 70% 이상을 기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입 의존도가 50% 수준에 있는 것이므로 국제경제환경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하 우리의 대외경제여건이 점점 더 나빠질 것은 거의 확실한 것이며, 여기서 당연히 국내정책을 재조정하는 작업이 서둘러져야 하겠음을 우리는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고도성장을 위한 고율 투자·고율 재정 팽창방식을 고수하는 경우, 국제 수지적자폭의 확대와 국내 「인플레」의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전무하다는 사실을 당국은 허심탄회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야말로 정책기조의 재검토를 기초로 해서 강력한 수입억제 정책을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면을 맞이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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