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무궁화 위성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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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무궁화 위성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통신방송위성이다. 그중 수명이 다 된 2호와 3호의 불법·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위성의 개발에는 각각 1500억, 3000억원이 들었다. 두 위성을 관리·운영하던 KT는 홍콩의 한 기업에 2010년 약 45억원에 팔았다. 개발 비용의 1% 정도다. 뒤늦게 헐값 매각 논란이 일자 KT 측은 “설계 수명이 종료돼 싸게 팔았지만 추가 기술지원 계약을 맺어 실질적 매각가격은 25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궁화 위성 2, 3호를 사들인 홍콩 회사는 현재 이동통신 및 위성통신용으로 이들 위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논란은 KT가 정부의 허가나 승인 없이 ‘국가적 자산’인 통신위성을 외국에 팔았다는 것이다.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를 정부의 허가 없이 수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전기통신법은 중요한 전기통신 설비를 팔 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주개발진흥법, 전파법 위반 혐의도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KT의 무궁화 위성 매각은 이들 4가지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KT는 “폐기 대상이라 전략물자에 해당되지 않는 줄 알았다”며 “애초 정부에 매각 사실을 통보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와 KT의 주장이 서로 다른 만큼 불법이나 헐값 여부는 좀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략물자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느냐다. KT는 ‘수명이 다 된 전략물자는 전략물자가 아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무궁화 위성을 제조한 미국 록히드마틴사에는 매각 사실을 알려주면서 한국 정부에는 통보조차 안 했다. 아무리 민영화됐다지만 KT는 국가 기간통신망 사업자다. 한국의 주파수와 관제소,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쓰는 위성을 넘겨주면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정부도 관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수명이 끝난 위성장비 처리 기준이 아예 없거나 모호하다. 게다가 무궁화 위성을 사들인 홍콩업체가 홈페이지에 매매 과정을 그대로 올려놓았는데도 1년 넘게 매각 사실을 알지 못 했다니 말이 되는가. 그래 놓고 뒤늦게 문제 삼으니 이석채 회장 진퇴에 맞물려 표적 공격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