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 규선 「중화민국」에|유엔총회 현지진단<뉴요크-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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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차 「유엔」총회가 21일(현지시간)개막된다. 중공·중동·사무총장 선출 등 3대 문제를 놓고 81명의 외상들이 분주한 막후교섭을 벌이는 가운데 개막되는 이번 총회는 중공의 「유엔」가입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에 한국문제 토의 등 여러 문제보다도 『중공문제 총회』가 될 것 같다.
「닉슨」미국 대통령이 중공에 「유엔」가입 뿐만 아니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리의석까지 허용하겠다는 미국의 정책전환을 발표했기 때문에 문제의 촛점은 중공가입표결의 성공여부가 아니라 중화민국이 「유엔」의석을 지킬 수 있는가하는 것이 될 것이다.
중화민국 추방을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중요사항으로 지정하자는 미국결의안에 대한 일본의 공동발의 거부는 미국의 전략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일본의 이 같은 망설임은 다른 친미 회원국 사이에도 연쇄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중요사항 지정에 성공할 승산은 50%가 못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이와 같은 사태는 바로 「닉슨」의 새로운 중공정책의 결과라는 점이다.
과거 미국의 결의안을 지지했고 금년에도 지지할 예정인 회원국들은 「닉슨」 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한 후 미국이 중국 「유엔」이 대표권문제에 관해 중화민국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어버리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고 있다.
「유엔」 로비의 서방소식통은 『「닉슨」의 북평 접근방법으로 보아 미국과 보조를 취하는데 아주 조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유의태도는 최근 일본이 미국에 동조하기를 거부하고 「닉슨」 대통령이 중공에 안보리 의석을 부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강화됐다.
「아시아」의 한 외교관은 「닉슨」의 정책변경을 『1·5중국정책』이라 부르며 내년에는 하나의 중국정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는 미국이 「유엔」에서 중화민국의 의석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과 「유엔」에서는 중공이 「유엔」총회에서 중화민국과 함께 의석을 차지하며 가입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화민국이 중공의 가입이라는 가장 모욕적인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또한 속단하기 어렵다. 지난주 중화민국의 주서해 외교부장은 「워싱턴」기자들에게 『그러한 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러한 사태가 오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미국이 중화민국에 대해 모욕을 참고 「유엔」에 머무르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화민국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의견을 달리 하고 있다. 그는 기껏해야 금년이 중화민국이 「유엔」에서 축출되는 막바지 해가 되므로 대만정부는 금년의 중공가입이 확실해지는 대로 스스로 「유엔」을 탈퇴하여 체면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화민국은 최근 부동표를 흡수하기 위해 중공이 두 개의 중국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고의적으로 소문을 내고 있다.
금년도 한국문제는 「유엔」안에서의 친 중공 물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미국은 다른 문제보다도 「유엔」에서 국부 추방을 저지하는데 부심하고 있어 한국문제에 대해선 채 손을 쓸 겨를이 없다.
한국외교소식통들은 서방측 결의안은 한국초청 문제와 기타 중요문제에 있어 승리할 것으로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표 차는 작년보다도 근소할 것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 하고 있다.
점점 더 활기를 띠어 가는 「유엔」가입의 보편성에 대한 논의는 동·서방이 남·북한의 조건부 초청이냐 무조건 초청이냐를 두고 대결할 때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한국은 그 전략과 전술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외무장관은 중요문제가 토의되는 기간에만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금년에는 김용식 외무장관은 81개국 외상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활동을 벌일 총회 개회초기에 「유엔」을 방문한다. 그는 한국문제표결에 관련, 막후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그는 21일 「로저즈」 미국무장관과 만나 회담할 예정이며 이 회담에서는 한국의 대 「유엔」전략이 주요의제로 취급될 것이다.
김 장관은 「로저즈」와의 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가기 전에 김동조 주미대사 및 한표욱 주「유엔」대사와 전략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회담에서는 대「유엔」전략을 전면적으로 재 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예컨대 한국문제의 재량상정까지 포기한다든가 하는 방법이 검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량상정방식이란 전체적 상황이 한국에 불리할 때 한국문제의 의제채택을 포기하는 것을 못한다. 만약 이 전략이 채택되면 한국은 25개국으로 구성된 운영위에서 한국문제를 넣지 않도록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정은 25개국의 운영위가 구성될 때까지 보류될 것이다.
만약 이들 25개국 가운데 친 공산국가가 다수를 차지하면 상정의 저지는 어렵게 된다. 김 장관이 이곳에 오고 한국대표단이 예년보다 일찍 파견된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이었다.
분단국가의 이중대표권 내지 동시가입 문제는 이번 회기에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공이 중화민국대신에 안보리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이 문제는 내년 「유엔」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한국문제는 독일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상정될 것 같다. 그러나 한국·독일·월남 등 소위 분단국가의 문제는 동류항으로 취급될 공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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