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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전서 울분 터뜨린 관중|"여차 여차" 안타까운 함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호전 야구 경기에는 관중이 의외로 적어 한·일전에서의 분패가 얼마나 큰 타격을 주었나 하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이날 관중은 5천명에 불과해 한·일전의 3만 명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특히 5-2로 리드를 빼앗기다가 9회초 무사에서 1점을 만회했을 때 관중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여차여차…』를 부르며 응원했으나 우리의 타봉은 허공만 긁어 댔다.
한·일전의 분패를 참고 한·호전에 기대를 걸었던 「팬」들은 호주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자 치미는 분통을 이기지 못해 경기가 끝나고 난 밤10시 이후에도 자리를 얼른 뜨려 하지 않았다.
일부 관중들은 저마다 분통을 터뜨리며 자리를 서서히 떴으나 3백 여명의 관중들은 서울 운동장 정문에 남아 30분 동안이나 욕설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관중들의 동정이 심상치 않자 선수단은 관중이 떠날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경찰은 긴급 전화로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경찰 순찰차는 관중들에게 계속, 『돌아들 가시오』라고 호소했으며 이들을 정리하려는 경찰들의 호각 소리가 30여분 동안이나 그치지 않았다.
경기 후 대회 본부는 마치 장례식이라도 치른 듯한 침통한 분위기.
선수들도 제각기 구석에 흩어져 멍하니 앉아 있었으며, 일부 임원들은 『그게 우리의 실력인데 어떻게 하나』라며 허탈한 미소를 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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