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진출 기업에 원스톱 서비스 … 창업 15년 만에 올 매출 400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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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이 해외의 낯선 환경에서도 아무런 불편 없이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제12차 세계한상대회가 열린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김은미(50·사진) CEO SUITE 대표는 색다른 사업 모델로 주목받는 경영자다. CEO SUITE는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직원이나 일반인에게까지 맞춤형 호텔식 사무실을 빌려주고 회사 설립 과정에서 통역과 회계·법률지원·인사 등 필요한 것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토털 서비스를 펼친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본사를 두고 한국·중국·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 등 7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직원은 150여 명에 지난해 매출은 380억원, 올해는 400억원을 바라본다. 최근에는 사무실·직원 등을 둘 여유가 없는 1인 창업자들의 비서 업무를 대행해주는 ‘가상 사무실’ 서비스도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 그런지 고국에서의 사업이 가장 힘들어요. 2년 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 갑니다. 사실 한국은 외국투자가, 특히 중소기업인이 발 붙이기 힘든 곳입니다. 인허가 절차가 복잡한 데다 모든 관행이 대기업 위주로 돼 있거든요. 외국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사업 절차를 단순화하고 언어·문화 등 장벽 제거에 노력해야 합니다.”

 김 대표가 창업한 것은 1997년.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은행을 다니던 그는 호주 유학을 떠났다가 사무실 임대업을 하는 회사에서 동남아 총괄 책임자로 연봉 2억원을 받기도 했다. 사무실만 임대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까지 제공해주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30대 중반 창업을 했다. 자카르타에 회사를 설립한 지 1개월 만에 인도네시아가 외환위기에 휘말리고 정권까지 교체되면서 어수선해졌다. 외국인들이 줄줄이 짐을 싸는 철수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에 남은 김 대표는 경영진이 떠나간 현지 지사를 관리해 주면서 큰돈을 벌었다. 이후 방콕·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마닐라·상하이·베이징·서울 등에 14개의 지사를 잇따라 설립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안전지대를 박차고 나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뛰라”고 조언했다.

 세계한상대회는 재외동포경제단체가 주최하고 재외동포재단·광주광역시 등이 공동 주관했다. ‘창조경제를 이끄는 힘, 한상 네트워크’를 내건 이번 행사에는 45개국에서 3000여 명의 한인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광주광역시=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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