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클럽 신임회장 이철경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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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활란·정충량씨에 이어 주부클럽 3대회장에 뽑힌 이철경 여사(금란여고 교감)는 『어려운 교직을 맡고 있으면서 또 큰짐을 졌다』고 말하면서 『회장 적격자는 못되지만 임기 3년 동안 최선을 다 해볼 작정』이라고 했다.
지난 69년 주부클럽이 뽑는 초대 신사임당에 추대된 것을 인연으로 69「클럽」 지부장으로 활약해 온 이 여사는 이전 음악과(「피아노」전공)출신. 특히 서도에 뛰어나 이미 서예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부클럽 활동은 이제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랐어요. 클럽 조직도 상향식으로 자리가 잡혔고 사업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보호 문제, 가정 생활 개선, 여성 지위 향상 등 주부클럽이 시작되면서부터 제기했던 문제들이 이젠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방향을 찾는 단계가 됐다고 말한다.
『어떤 문제든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거시적으로 현실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곧 현대 여성의 상식이고 교양이지요.』 이 여사는 바람직한 주부의 자세는 「가정 안에선 경제인이고 사회에선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주부클럽이 관심을 기울여 연구 중인 과외 수업의 문제도 『현재 한국의 교육제도 등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파헤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중 학관이 늘어나는 사실은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과외 수업의 양성화는 좋은점보다 폐단이 더 많을 것』이라고 사견을 밝힌 이 여사는 특히 요즘 세상에서 교직을 택한 사람들의 사명감을 아쉬워했다. 『교사가 가난한 건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이것이 사회에서도 받아들여져야 할텐데 오히려 열등감을 느끼도록 돼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 여사는 주부클럽이 해 나가야 할 일도 이런 사회적인 편견과 가치관의 혼동을 바로 잡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소비자 보호 문제도 우선 주부들이 소비에 대한 허영심을 지양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불량 상품, 부당한 이익을 취한 상품에 대한 철저한 고발 정신을 키워야지요.』
문제 하나 하나씩 깊고 철저하게 파헤쳐 나가겠다고 새 회장은 거듭 강조한다. 이 여사는 33년전 역시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서정권씨(성동고 교장)와 결혼, 3남2녀를 두고 있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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