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42)공해추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6월 하순 영국 「런던」에 갔을 때 일이다. 안개의 나라, 「스모그」의 도시로 알려진 「런던」에서 맑고 푸른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52년 「스모그」때문에 폐렴·기관지염·심장병 등으로 많은 시민들이 사망한 「런던」은 날씨가 좋은 때라도 푸른 하늘을 보기는 드물었다. 그러나 「런던」시 당국과 시민들은 이 「스모그」를 추방해 버린 것이다.
나는 서울의 하늘보다 더 푸른 「런던」의 하늘을 잊을 수 없다. 문명의 부산물로 해로운 것이 많다지만 뭐니 해도 가장 해로운 것은 대도시의 하늘을 뒤덮고있는 탁한 공기인 것 같다.우리는 깨끗한 물을 마시길 원하지만 맑은 공기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어떤 사람은 하루 1만7천t의 공기를 마시지 않고서는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지난 10년간 서울시민의 만성호흡기 질환이 5배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은 우리도 옛날「런던」시민과 같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폐병 기관지염 등으로 죽게된다는데 대한 경종으로 받아 들여야만 한다.
굴뚝같은 연기를 내뿜는「버스」를 보고 천하태평인 시민들도 상수도에 오물이 던져졌다면 그처럼 태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얼마 전 서울의 탁한 공기에 견디다못한 한 시민이 매연「버스」를 검찰에 고발하자 당국은 무악재와 미아리고개 등지에서 매연 「버스」를 단속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이 단속은 그때뿐, 서울거리엔 여전히 굴뚝같은 연기를 내뿜는 「버스」들이 여봐란듯 다니고있다. 그새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더욱 악화되어 이젠 세계환경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죽음의 도시」에서 팔짱만 끼고 앉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당국과 시민들은 「스모그」를 추방한 「런던」시민의 지혜를 빌어서라도 더럽혀진 공기 때문에 빼앗긴 「코발트」색 서울의 하늘을 되찾아야만 한다. 【정호용<국방부의무국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