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성금 일괄공제 문제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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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래도 희생자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을 위해 온 국민이 나서 발빠르게 성금을 모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훈훈한 인심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따스함을 느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성금을 쾌척하는 것을 보며 우리 기업들도 이윤의 사회적 환원에 인색하지 않다는 사실에 흐뭇했다.

그런데 이번에 성금을 내놓은 모 그룹에 다니고 있는 지인에게 들으니 성금을 낼 때는 "모 그룹 회장 누구누구가 얼마를 기탁했다"는 식으로 홍보를 해 놓고선 이 돈을 직원들의 월급에서 일괄공제했다고 한다.

그것도 직원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달 월급에서 0.5%를 공제하고 지급한다"고 통보한 뒤 말이다. 그 그룹의 사원들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참사 앞에서 돈 몇푼을 아까워했을 리 없다.

다만 성금을 낼 때 '모 그룹 회장과 임직원 일동'이라고 기탁자를 명확하게 밝혔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ID:sirang89.인터넷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