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美 우발적 충돌 막을 대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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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영역에선 적대 진영 간의 우발적인 실수로 전화(戰禍)에 휩싸인 예가 전쟁사엔 적지 않았다. 그런 원치않는 재앙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곳이 한반도다.

북핵 문제로 한층 긴장감이 고조된 현실에서 우발적인 사건으로 북.미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기일발의 사태가 지난 2일 실제로 발생했다.

북한의 미그-29기가 동해의 공해상에서 통상적인 북한 정찰을 하던 미 공군 RC-135S기를 15m까지 근접 비행하면서 화기 지원 레이더를 미군기에 조준, 위협했다고 한다.

양측 간에 더 이상의 군사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다. 그렇더라도 북측이 전투기를 미국 정찰기의 15m까지 비행시켰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꼭 위협할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공중에서 고속으로 비행하는 군용기 간의 거리가 15m라면 눈 깜작할 사이에 충돌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거리다. 혹시 "그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다면…" 하는 가정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북측이 매우 면밀한 의도 하에 이런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북측은 노무현 정부의 출범 전후에 서해상의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전투기의 비행, 동해상의 미사일 발사를 잇따라 했다.

새 정부가 남쪽에 출범하는 시점에 북한이 '도발적 징후'를 더 드러내는 까닭을 우리 정부는 심층 분석, 적절한 대응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북측은 왜 이러한 도발을 통해 전쟁위기를 조성하는 것일까. 물론 북한이 결코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의사 표시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쪽이 전쟁 가능성에 대한 위협으로 남쪽의 반미정서를 자극해 한.미 간 이간을 획책하려는 전술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긴박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마치 딴나라의 일처럼 '대미 직접대화를 바라는 북한의 압박전략'이라는 등의 한가한 해석을 해선 안된다.

안보에 관한한 한.미간 동맹과 공조관계를 확고히 해서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줄이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