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에 뿔난 이북도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통일부 장관 물러가라. 통일교육원 폐지하라."

30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 이북도민 300여명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자인 이들은 격앙된 표정으로 통일부를 성토하는 구호를 외쳤다. 손에는 통일부를 비난하는 피켓이 들려져 있었고, 집회장소에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이북도민중앙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항의시위는 한시간 가량 열렸고 성명서 낭독과 함께 류길재 통일부장관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이 채택됐다.

보수성향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대북정책에 대해 대체로 지지입장을 표명해온 이들이 통일부를 비판하고 나선건 이례적이다. 무엇이 이들을 뿔나게 했을까.

우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이북도민 측의 면담 거부를 계속 거부해왔다고 집회 주최측은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7월29일과 8월12일, 지난달 3일 등 3번이나 면담을 하자고 요청했는데 모두 거부했다"고 말했다. 850만 실향으로 구성된 이북도민과의 만남과 '대 정부 정책건의 및 면담요청'을 거부한다면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게 이북도민중앙연합회 측의 입장이다.

최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상영한 안보동영상을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상영중지 지시(중앙일보 10월16일 보도)한 것도 이북도민들을 화나게 했다. 통일교육원 측 오두산전망대는 이북도민회 측인 (주)동화진흥에서 위탁운영해왔다. 전망대는 지난해 초부터 국정원이 제공한 안보동영상을 상영해왔는데 통일교육원측이 지난달 공문을 보내 상영을 중지토록했다. 관행대로 국정원이 제공한 동영상을 썼을 뿐인데 통일부와 통일교육원 측이 이를 갑자기 중지하라 지시한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 중진 P 의원의 보좌관이 통일부에 문제를 제기하자 통일부가 서둘러 상영중지 지시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됐다. 오두산전망대측은 "수만명이 아무런 문제없이 봐온 동영상을 야당 보좌관 말 한마디에 중단시킨 통일교육원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북도민회와 동화진흥 측은 통일부가 오두산전망대 운영권에서 이북도민사회를 배제시키려 부적절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 이슈로 떠올랐다. 황진하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외통위원들은 다음달 1일 열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통일부의 안보동영상이 상영중지 조치 등을 따질 계획이다. 전국의 안보전시관에서 국정원 제공 동영상을 튼 문제는 여야간 논란이 되고있다. 통일부는 30일 "전국의 13개 안보전시관 중 통일부가 직접 관할하는 오두산 전망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자체나 자유총연맹이 관할한다"며 오두산 전망대 외에 다른 곳의 문제는 통일부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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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전문)

850만 실향민들로 구성된 우리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는 종북좌파세력을 척결하는데 앞장서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우리사회의 안정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왔음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작금에 우리 이북도민들은 이산가족문제 등 당면현안과 관련하여 통일부장관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어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2011년 10월 국정원으로부터 수령하여 20개월 이상 상영하고 있던 통일교육용 동영상(비겁한 평화는 전쟁을 부른다)상영에 대하여 통일교육원이 통일교육용으로 부적절하며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니 상영을 중단하라고 지시하였다. 통일부는 영상자료인 ‘평화는 아무런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이 사회적 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가 안보 체험장의 영상물이 정치적 중립과 어떤 관계가 있어야 하나?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상영중단을 지시하는 것이 오늘의 통일부 정체성으로 심히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

2. 정전 이후 끊임없는 북한의 470여 차례 도발로 분단상태의 지속으로 실향민들은 고령화되었고, 결국 많은 실향민들은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고향 땅을 밟아보지도, 혈육을 만나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점은 이산가족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이번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해 남북관계가 새로이 정립 되는 듯 보였으나, 당초 계획된 이산가족상봉 문제에 있어서는 결국 북한의 계산된 전략으로 일방적 무산된 데 대해서는 실로 유감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은 근본적 문제 해결의 원칙에 입각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과거와 같은 일회성 면회에 불과하고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하는 지금과 같은 극소수인원의 상봉행사는 이제 배제하고, 더 이상 생존의 여력이 없는 1세대 이산가족들을 위해 전면적 생사확인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3. 이북도민 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안보교육현장인 오두산통일전망대의 관리위탁의 근간은 “1992년 통일부 통일전망대관리운영규정(통일부훈령 제228호)에 의거 국가의 요청으로 이북도민 단체가 통일전망대 전담관리를 위하여 동화진흥㈜ 법인을 설립(1992.5.1)하여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특수한 사실을 일절 무시하고 1998년 통일부 훈령(제284호)을 통해 당초의 취지를 묵살하고 성문화된 원칙만을 내세워 끊임없이 몰아내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

4. 우리 850만 이북도민사회는 앞에서 열거한 일련의 사항들을 무시하고 간다면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종북좌파 세력 척결과 안보교육 현장의 사수를 위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13. 10. 30.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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