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1)박봉식<서울대문리대 교수>|대학교수직의 어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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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서울대학교 문리대교수들의 대학운영자율화와 연구시설 및 교수생활 현실화에 대한 요구는 너무나 오랫동안 버려 두었던 문제의 종국적인 제기이다.
서울대 문리대교수의 거의 대부분이 외국의 교육기관에서 연구를 했던 경험이 있고 또 상당수의 교수들은 외국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귀국한 이들이다. 그래서 대학교수가 어떤 것이고 또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어려운 사경을 알기 때문에 외국에서 기대하던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특히 생활의 어려움은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참아왔다. 그리고 학문의 세계적인 수준과 추세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박봉을 쪼개서, 또는 값싼 원고료로써 몇 가지의 전문학술지를 구독하고 있다. 최근엔 좀 나아졌지만 이 경우의 송금을 의해서도 사실상 외환관리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밖의 서울대학교의 실정은 이미 신문지상에 보도되었기 때문에 되풀이할 필요가 없겠다.
이 난에서 특히 주장하고 싶은 것은 첫째로 서울대학교의 운영자율화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실현시켜 달라는 것이다. 오늘날 서울대학교의 사는 길, 아니 한국의 학문의 사는 길은 학문이 행정의 지배로부터 해방되는 일이다.
이것은 단계적으로 실현되어도 좋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 대학사회의 당면한 문제의 전부라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풀려나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학술서적과 학술잡지의 구독의 자유가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허용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자금만 있으면 이 문제는 사실상 실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는 면이 있는 것 같으나 이것도 법적으로 보장되고 제도화해야 할 줄 안다. 그리고 교수들의 이러한 호소에 대해 정부와 사회는 보다 이해성 있는 태도로 임해주기 바란다.
교수의 사정은 교수들밖에 정확하게는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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