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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다 마구총질 온 동네 공포 속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다방 점거>
다방 종업원 진 숙 양(21) 에 의하면 이들이 나타난 것은 이날 하오6시30분쯤.「카운터」맞은편 구석자리를 차지, 검은 보자기에 싼「카빈」을 탁자 밑에 숨겨놓고 근 4시간 가까이 냉「코피」2잔,「밀크」2잔, 홍차 2잔 등 차를 세 번이나 시켜먹었으며 가끔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불안한 표정을 짓곤 했다.
진 숙 양 등 종업원이『간첩 아니냐? 신고하자』는 농담을 주고받았을 정도. 밤 10시가 조금 지나자 그중1명이 술 그 머니 나가고 이어 나머지 1명도 찻값 5백60원을 치르지 않고 나가려했다.
종업원 진 양이 문밖까지 따라나가 찻값을 달라고 했으나 돈이 없다고 버텨 안주인 김귀순씨(35) 까지나와 잡고 옥신각신하자 빠져나갔던 1명도 도로 다방에 올라왔다.
안주인 김씨가『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김이 갑자기 총과 실탄을 꺼내 장전,『사람을 잘못 봤다. 남자들은 모두 나가라』고 소리치며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김이 먼저 공포 2발을 발사, 10여명의 손님이 황급히 다방을 빠져나갔으나 구석자리에 앉아있던 손님 유정복 씨와 친구 이무주씨(28), 차인종씨(26·펩시·콜라총무부), 여인 1명과
안주인 김씨, 종업원 진 양 등 8명이 인질로 잡혔다.
마침 다방에 전화를 걸러 올라왔던 김소웅씨(28·동대문구 면 목동1031) 가 이 광경을 보고 허겁지겁 내려가 112에 신고했다. 이때 신고를 받은 정윤종 순경이 달려가 다방계단을 다 올라 갈 무렵 김이「카빈」3발을 쏘아 즉사시키고 길을 보고 닥치는 대로 총을 난사, 다방 밑을 지나가던 행인 김봉주씨가 옆구리·눈·엉덩이를 맞아 즉사하고 구경꾼에 끼여있던 송의철 군이 가슴과 다리를 총알에 스쳐 쓰러졌고 잇따라 행인 한병호씨(34·영등포구봉천동101·마을행상) 가 오른쪽 다리를 맞아 쓰러졌다.
사건직후 군·경 타격 대 3백75명이 출동, 다방주위를 포위하고「마이크」로 자수를 권유했으나 범인들은 미친 듯 총을 난사, 맞은편 용 치과 의원출입문과 창문이 벌집 쑤신 듯 뚫렸다.

<검거경위>
이들은 새벽1시까지 90여 발을 마구 쏘고 나서 의자에 주저앉아 전축을 틀기도 하고 방송국에 전화도 걸며 선풍기를 돌리는 등 초조해하다가 박이 의자에서 졸기 시작했다.
김은 새벽 1시40분쯤 밖에서 걸려온 전화를 서서 받으면서「카빈」을 둔부에 대고 기대섰다.
이때 안주인 김씨와 전씨 이씨 등 3명이 귓속말로 『정신이 팔린 것 같으니 덮치자』고 속삭이고 범인들의 동태를 살폈다.
유씨 등은 바닥에 떨어진·탄피를 줍는 척 슬며시 일어나 범인들에게 접근, 이씨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박에게 날쌔게 달려들어 총을 낚아채고 이어 유씨는 김이 둔부에 받치고 있던 총을 빼앗았다.
범인들은 총을 빼앗기자 몸으로 달려들어 유씨 등과 육박전을 벌었으나 뒷자리에 있던 차인종 씨가 개머리판으로 등을 때려뉘었다. 진 양은 계단 밑으로 구르듯이 내려가『잡았다』고 소리쳐 대치중이 던 김종갑 경장(46)등이 뛰어올라가 재빨리 수갑을 채웠다.

<총기출처>
범행에 사용된「카 빈」2자루와 실탄은 지난16일 밤 11시쯤 마을예비군 무기고에서 훔쳤다.
이들은 경비원이 숙직실에서 잠자는 틈을 노려 대못으로 자물통을 열고 15발들이 탄 창 28개(모두 4백48발)를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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